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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별 Nov 21. 2024

친정집에 오는 남편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가족이 되어가는구나

"오빠, 이번 주 토요일에 나 데리러 와줘."


임신하고 친정에 간 건 꽤 오랜만인 것 같다. 평일 목요일과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오랜만에 친정에 다녀오기로 했다.

남편은 출근해야 하니, 혼자 다녀오기로 하고 토요일에 데리러 와 달라고 요청했다.

저녁 6시, 식사 시간에 맞춰 남편은 아빠 선물로 양주 한 병을 사 들고 왔다. 친정 오빠까지 합세해, 우리 네 명과 남편까지 다섯이서 저녁식사를 했다.

남편은 오랜만에 내 손과 쿠팡이츠의 손에서 벗어나 장모님이 차려주신 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엄마의 밥상은 언제나 든든하고 푸짐하고, 그 맛은 변함없다.



처음 부모님께 남편을 소개할 때, 남편은 엄청 긴장했었다. 손을 만지니 땀이 나는데도 차가웠다. 밥을 먹는 내내 긴장한 탓인지 엉덩이가 들썩들썩거렸다.


결혼 후, 처갓집에 올 때마다 남편은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밥을 먹었다. 그런데 결혼 2년 차가 되니,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대화도 자연스러워지고, 이제는 편안하게 밥을 먹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바로 남편의 옷차림이다.

신혼 초, 처가에 간다고 하면 남편은 정장을 입고 갔다. 정장 바지에 와이셔츠, 벨트까지 챙겨서 말이다.

그랬던 남편이 1년이 지나니 캐주얼 복장으로 바뀌었다. 정장 바지에 편안한 니트, 얌전한 반팔 티셔츠 정도였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남편은 편안한 츄리닝 입고 왔다.


물론 우리 가족의 옷차림도 변했다. 처음엔 사위가 온다고 다들 옷에 신경 썼는데, 이제는 모두 편안한 티셔츠와 츄리닝 차림이다.


옷차림만 봐도 '아, 이렇게 가족이 되어가는구나' 싶다.

나도 시댁에 갈 때는 항상 화장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쌩얼이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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