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6주 차
임신의 어려움이라고 한다면 배가 불러왔을 때의 힘든 점 정도만 알고 있었다. 출산의 고통과 모유 수유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임신 초기부터 이렇게 고통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임신 사실을 몰랐을 때부터 시작된 입덧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심해진다. 세상 모든 냄새가 끔찍하고, 먹어도 안 먹어도 미칠 듯한 고통이 몰려온다. 뉴질랜드에서 극심한 뱃멀미로 울면서 구토를 한 적이 있었는데, 딱 그런 느낌이다.
뱃멀미를 할 땐 배에서 내리면 끝난다는 희망이라도 있었지, 이건 희망 없이 24시간 속이 울렁거린다. 억지로 뭔가를 배 속에 넣으면 멀미 같은 기분이 잠깐 가라앉는 것 같다가 금세 가스가 차고 체기가 느껴진다. 곧 다시 뱃멀미가 시작되고 토가 쏟아진다.
잘 때는 더 고통스럽다. 일자로 누우면 위가 울컥거리고 신물이 올라와서 소파에 앉아 잠을 청해야 했다. 끙끙 앓다가 속이 쓰려서 뭔가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시리얼이나 방울토마토를 입에 밀어 넣었다. 냄새가 나는 음식은 전혀 먹을 수가 없었다. 먹은 직후에는 다시 소파에 앉아서 까무룩 졸다가 뱃멀미와 구토에 깨어나길 반복했다.
입덧약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병원에서 내려준 처방은 자기 전 두 알 복용인데, 약을 먹거나 말거나 위가 울컥거려서 잘 수가 없었다. 언제쯤 약을 먹어야 약효가 잘 들까 싶어서 오전, 오후, 저녁, 밤 다양한 시간에 약을 먹어봤는데, 종일 속이 안 좋고 간간히 토하는 건 여전했다. 그래도 약을 아예 안 먹는 것보다는 먹는 게 낫겠지 싶어서 꾸준히 먹었다. 한의학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매주 침도 맞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배 속에 있을 때가 좋을 때라는 말도 어디선가 많이 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출산 후가 지금보다 덜 고통스러울 것 같다. 아프고 못 먹고 못 자는 것은 지금과 똑같은데, 아가를 보는 보람과 기쁨이라도 있을 테니 말이다.
국내에서 쓰이는 입덧약은 비타민 B6(피리독신)과 항히스타민(독실아민)의 복합제다. 비타민 B6는 먹어도 해로울 게 전혀 없고, 항히스타민제인 독실아민도 임산부 안정성이 입증된 약물이다. 태아에게 안전한 대신, 다른 항구토제에 비해 구토 억제 효과가 뛰어나지는 않다. 항히스타민제는 졸음을 유발해 구토를 억제하고, 비타민 B6는 단백질 대사와 신경전달물질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구역감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