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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인가? 아닌가?

임신 15주 차

by 여행하는 과학쌤

떤 날에는 덧이 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는 생각에 힘을 내보자 싶고, 어떤 날에는 기를 붙잡고 직은 때가 아닌가 싶어 우울해진다.


침덧은 여전해서 입에 흥건히 고인 침을 뱉느라 잠들지 못하고 몇 번씩 일어나기도 한다. 정신을 분산시키려고 잠들기 직전까지 소파에 기대앉아 루미큐브 게임을 붙잡고 있는 게 요즘의 일상이다.


그러던 중에 배에서 뭔가가 느껴졌다. 마그네슘 부족으로 눈꺼풀이 부르르 떨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제도 아랫배에서 비슷한 진동을 느꼈는데 오늘은 더 길고 또렷했다. 설마 하는 마음에 '태동, 부르르'라고 검색해 보니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다. 태아가 오줌을 쌀 때 이런 진동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태동을 느끼기에 아직 이른 주수인 것 같고, 이 느낌이 정확히 뭔지도 불분명하지만, 양수 속에서 오줌을 싸고 있는 아이를 상상하자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스스로가 신기하게도, 태동을 느꼈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모든 게 다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토 나오는 고통도, 속쓰림도, 올라오는 신물과 침도, 기운 없이 이어가는 모든 과정들이 갑자기 버틸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게 그저 내 위장의 움직임일지라도, 그냥 태동으로 치기로 했다. 힘들 때마다 미묘한 느낌 하나라도 느껴보기로 했다.

아가야, 거기 있구나. 그럼 힘을 내볼게.


임신 초기부터 태아는 항상 움직이고 있지만 여유 공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그 움직임을 엄마가 느끼기는 어렵다. 임신 16주쯤 되면 태아의 크기가 11cm로 자라고, 양막의 직경도 그와 비슷하기 때문에, 태아의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양막은 20cm 이상까지 커지며 주변 장기들과 비좁게 맞닿게 되기 때문에 임신 후기로 갈수록 태동이 잘 느껴진다. 28주 이후에는 태동이 거의 항상 느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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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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