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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ㅠ Sep 07. 2024

오직 나만이 나를 구할 수 있다

데뷔 20주년 가수. 윤하의 철학


윤하 정규 7집, GROWTH THEORY


노래 <사건의 지평선>의 역주행으로 제2의 호황기를 맞은 20년 차 가수 윤하. 

역주행 이후 그녀의 별명은 다양해졌다. 기존 활동 종료 후 갑자기 역주행으로 무대에 서게 되어 살이 포동포동하게 올라온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제철가수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 외에도 역주행여신, 여자 궤도, 과학의 진심인 가수 등등. 다시 한번 중견 가수로서의 성장과 변화로 일반 리스너들과 홀릭스(팬덤명)에게 관심을 이끌어냈다. <사건의 지평선>이 수록되었던 정규 6집 리패키지 앨범 <END THEORY : Final Edition>가 나온 지 약 2년 9개월 만에 2024년 9월 1일 신보 <GROWTH THEORY>로 컴백했다.






<END THEORY>에서는 끝, 마지막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면 <GROWTH THEORY> 에는 성장에 관련된 노래가 총 10곡이 수록되었다. 그냥 일반적인 아이돌이나 가수면 타이틀 곡 외에는 잘 안 듣는데 윤하는 언제나 나의 기대치를 200% 채워주는 뮤즈 이기 때문에 언제나 모든 리스트를 리스닝하는 홀릭스이다. 개인적으로 노래의 배합은 가사와 멜로디가 6:4 비율이 돼야 좋다고 생각한다. 가사가 이해되고 읽는 재미가 있어야 멜로디가 읽히고 노래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본다. 윤하는 싱어송라이터이기에 대부분 곡을 자신이 작사작곡한다. 다양한 소재와 언어들을 주제로 섬세한 가사 읽는 재미가 너무 좋다. 

타이틀곡 <태양물고기>는 개복치의 영어 이름을 sunfish를 직역하여 지은 제목이다. 개복치는 흔히 사람들이 유리멘탈의 사람을 개복치라고 부르는데 오해이다. 개복치는 장수의 삶을 살며, 심해부터 해수면까지 다니는 거대한 항해를 하는 물고기이다. 타인의 평가나 잣대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치열히 옳다고 여기는 길로 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내용을 담은 곡으로 국적, 나이, 종교, 성별을 떠나 타인의 구속에 벗어나 옳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길을 가려하는 보통의 인간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것이며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전 트랙 다 듣고 나니 개인적으로 4번 트랙 <은화>가 매력적인 곡이다. 당장 바다에 돛을 펴고 출항하고 싶은 멜로디로 꽉 차있다. 아코디언, 휘슬 같은 악기들의 멜로디가 귀에 착착 감긴다. 참고로 은화(銀化)의 뜻은 "연어류나 뱀장어류의 어린 물고기가 바다로 나가기 전에 몸의 색이 은색으로 되는 체색 변화"라고 한다.





유튜브 <아주 사적인 미술관> 콘텐츠에서 윤하는 자신의 앨범 필모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규 4집 <슈퍼소닉>이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동료들도 "이번엔 이게 나왔으니 다음에는 어떤 곡이 나올까"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심적 부담감이 커졌다. 그 이후 윤하는 '세기의 명반 만들게' 발언을 하고 정규 5집을 준비하던 도중 심한 번아웃 증후군이 와서 음악업에 지쳐 버린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약 5년 동안 휴지기를 갖고 나온 정규 5집의 제목은 <RescuE>. 프로듀서 그루비룸을 만나고서야 제대로 된 앨범 작업이 되었다고 하며 윤하 자신에게는 "구원" 이 된 앨범으로 <RescuE>라는 앨범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이전까지의 나의 모습은 '윤하'가 아닌 '누군가가 만든 윤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며 고통스러웠다. 그러다 과학 유튜브에 심취해 총량의 법칙 같은 천문학, 물리학을 공부하게 되며  "내가 나의 1인분의 몫을 하지 못한다면 누군가 나를 구해줘야 하는데 자꾸 전가하는 느낌이 든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라고 하며 20년 차 가수의 더욱 단단해진 마음과 성장이 홀릭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ResecuE> 1번 트랙 Rescue


제목으로 지은 "나만이 나를 구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는 사실 이전 윤하 앨범 노래에 가사에 있다.

포켓몬스터 DP 극장판 OST로 수록된 <꿈속에서>라는 노래에서 가사로 쓰였다. 사실 윤하는 <RescuE>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나만이 나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오직 나만이 날 구할 수 있어 

여전히 

다른 누구에게 기댈 수 없어


애니메이션 OST만으로 남기기는 아까운 노래




나는 윤하의 철학에 동의한다.

본인의 생각에 동의하는 건 오직 본인뿐이다. 타인에게 의견을 물으면 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럴수록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시대이다. 1인 가구 1000만 명 시대이고, 인구는 점점 줄어들어 타인을 기회는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사회에서 하나 건사 하지 못한다면 자기 관리에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스스로 돌보지 못한다면 타인에게 폭탄 돌리기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는 1순위로 육체의 건강, 2순위로 정신의 안정이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 타인이 보는 나를 신경 쓰지 말고 내가 보는 나를 신경 쓰자. 타인의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바꾸려고 하지 말자. 그건 바꿀 수 없는 영역이다. 인간이 평생 살면서 타인에게 민폐를 100% 끼치지 않고 산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타인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생각의 힘을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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