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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Mar 04. 2021

다이어트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에세이]


 자기 관리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다이어트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모두가 다이어트를 어렵다고 생각해서인지 주변에 있는 지인들을 보면 다이어트에 도전하기 위해서 목표와 계획들을 엄청 세심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한 편으로는 고된 다이어트에 실패한 나머지 그냥 예전의 패턴을 고수하며 한결같이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몇몇 보인다. 나는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고개를 약간 갸우뚱해본다. 다이어트는 이렇게 오래 고민해야 할 만큼 정말 어려운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에는 다 근거가 있듯이 사실 나는 다이어트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어렵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몸무게가 빠져있었다는 게 사실에 가까울 것 같다. 나는 지금껏 한 달의 기간 동안 두 자리 수의 몸무게를 빼는 것을 세 번 정도 달성해보았는데, 처음 두 자릿수의 몸무게를 뺐던 순간은 장교가 되기 전 한여름 땡볕 더위에서 한 달간 훈련을 받았을 때였다.


 아침이면 두꺼운 군화를 신고, 짐으로 총이나 군장을 어깨에 맨 후 매일 같이 훈련장과 숙소를 15km씩 오갔으니 살이 안 빠질래야 안 빠질 수가 없는 구조였는데, 사람을 말려 죽이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무더운 날씨와 고된 훈련이 더해져 살이 빠지는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식사마저도 그 당시 밥을 많이 먹으면 이동할 때 배가 아팠던 게 싫어서 매끼마다 그냥 밥 두 숟갈에 김치 한 점으로 마무리하고 가끔 머리가 어지러울 때면 친구에게서 받은 식염포도당 한 알정도를 먹는 게 전부였던 터라 나중에 몸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사실 불 보듯 뻔했다.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주어진 일정을 잘 끝내기 위해서 이런 습관을 지속했을 뿐이었지만, 훈련이 끝나던 날 체중계에 올라보니 이전의 몸무게에서 앞자리가 달라져 있음에 적잖이 놀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생각했다. 살이 빠지는 과정이나 메커니즘은 생각보다 되게 간단하다는 것을.


 그로부터 약 5년 정도의 시간이 흐를 동안 나는 그리 늘지도 줄지도 않는 일정한 몸무게로 살다가 도서관 사서가 되면서부터 살이 조금씩 찌게 되었는데, 식사량은 똑같지만 이전보다 활동량이 줄어들었으니 살이 찌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살이 찐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 불편함을 못 느꼈을뿐더러, 마음만 먹으면 몸무게는 언제든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살이 찐 순간도, 어떻게 다이어트를 해볼까 고민해보는 순간도 매우 즐거웠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다이어트를 시도해본 사람이 다양하듯 살을 빼는 방법은 참 다양했다. 우선 먹는 것으로 따지자면, 원푸드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등등 특이한 이름의 다이어트 방법이 많았으며 탄수화물을 줄여라던가 단백질 섭취를 늘려라던가, 설탕이 들어간 음식 줄이라는 말이 많았고, 운동과 관련된 부분에선 어떤 동작을 반복하라거나, 덤벨을 이용해 운동을 해보라거나, 유산소 운동을 하고, 빠르게 걷는 운동도 좋다고 하는 등 참 많은 방식을 권유하고 있었다. 뭐 단식을 통해서 살을 빼는 방법도 있었지만 기타 자질구레한 것들은 생략하고, 내가 느끼기에도 이대로만 하면 진짜 살이 안 빠지려야 안 빠질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이어트를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을 상기하며 왜 다이어트는 이토록 성공하기가 힘든 것인가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다이어트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주변 사람들, 그리고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수많은 실패의 경험담을 보면서 나는 그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신체적으로 살을 빼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정말 소수의 특이체질을 가진 사람에 해당할 뿐, 보통의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실패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처럼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데 당장 밖으로 나가서 운동을 하기보다, 살이 빠지게 도와준다는 보조제를 찾거나 편한 운동복이나 신발, 운동 기구들을 쇼핑하는 데에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운동을 하면 부상 위험이 있어서 안된다라거나 단식 같은 걸 하면 몸이 망가져서 안되고, 급하게 빼면 요요가 와서 모든 게 허사가 된다는 말들 때문에 고민만 하다가 정작 아무것도 실천해보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운동하는 시기와 관련해서도 봄은 나른해서 안되고, 여름은 더워서 안되고, 가을은 바쁘니까 안되고, 겨울은 추워서 안된다고 이런저런 이유들을 들지만 무언가를 정말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안 되는 이유보다 해야 되는 이유가 먼저 생각나야 하는 게 더 맞는 일이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여하튼 나는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을 끝마치고 '살을 좀 빼볼까' 고민했던 그날 바로 실천을 시작했다. 살을 빼는 것에 대해서 과학적으로는 잘 알지 못했지만 그냥 쉽게 생각해서 덜 먹고, 많이 움직이면 빠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날부터 아침, 점심을 안 먹고 저녁만 간단하게 먹기 시작했다. 간헐적 단식이나 1일 1식이 건강에 위험하다는 말을 인터넷에서 보긴 했지만 나는 걱정 때문에 해보지도 않고 그만두는 것보다 '일단 해보고 진짜 몸이 안 좋아지는지는 나중에 한 번 확인해보자'하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내 몸을 실험체 삼아 즐겁게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그날부터 지금까지 1일 1식이 계속되고 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몸이 아프긴커녕 신체는 오히려 더욱 건강해으며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신체 나이가 엄청 젊게 나온다는 사실에 '역시~'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였다.


 1일 1식을 시행했던 당시에 생긴 몸의 변화를 짧게 설명하자면 우선 1주 차에는 무척이나 배고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위가 '이래도 안 먹을 거야?'라며 시위라도 하듯이 점심시간마다 계속 꼬르륵 소리를 냈고, 약간의 현기증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계속 물만 마시면서 참아보니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는 밥을 먹고 약 1시간 정도 주변을 산책했는데, 몸에서는 바로 반응을 보여 일주일 사이에 3kg이 빠져 있었다. 2주 차는 살이 빠지는 속도가 좀 더 가속화되었다. 이제는 점심이 되어도 배고프다는 신호가 오지 않았으며, 오히려 정신은 전보다 또렷해졌다. 저녁밥을 먹는 양도 자연스럽게 줄어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이전과 달리 굉장히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평범한 날을 보내며 2주 차의 마지막 날 몸무게를 재어보니 4kg가량이 더 빠져있었다. 3주 차와 4주 차에는 몸이 이제 적응을 한 것인지 각각 2kg 정도의 살이 빠졌는데 합산하면 한 달간 총 11kg 정도가 빠진 셈이다. 놀라운 사실은 평일에는 1식을 실천했지만 주말에는 친구도 만나고 혼자 여행도 다니면서 온갖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서 이만큼 빼게 되었다는 것으로 요요현상도 오지 않아서 '그냥 하면 되는구나'하는 자신감이 붙게 되었다.


 결론을 요약하자면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여러 번 고민하는 것보다 한 번의 실천이 더 큰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며, 타인의 경험에서 결과를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전해보고 변화해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경험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타인이 그어놓은 기준이나 시선에 너무 신경 쓰지 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나는 살이 찌기도 해 봤고, 빼보기도 했기 때문에 주변에 살이 찐 친구나 마른 친구들을 보면 딱히 체형에 관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나처럼 원하는 대로 될 것이라는 걸 은연중에 믿기 때문이다. 외모에 관해서 특정한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사람은 어딘가 결여되어 있거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자신은 스스로 높아질 수 없으니 타인을 깎아내려 자신이 상대방과 비슷하거나 우월하다는 것을 즐기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부족한 사람들의 말 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게 된다거나 슬픔에 빠지지 말자. 모 사람의 삶은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고 존중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살을 빼고 변화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내 모습 자체를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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