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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로 돌아오는 길

프롤로그

by 소소라온

스물아홉.
결혼이 하고 싶었다.

그 무렵엔 유난히 그런 말이 귀에 자주 들렸다.

사람 다 거기서 거기야.
잘 생긴 놈은 얼굴값 하고, 못 생긴 놈은 꼴값 해.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면, 그냥 해보는 게 낫지.

동료 또래 여교사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자 나도 덩달아 조급해졌다.
더 늦기 전에, 나도 가야지.
남자 다 거기서 거기라자나.


성급하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친구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노처녀보다는 이혼녀가 나을 것 같아.”

그땐 정말 그렇게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참 철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무모하게
결혼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은 채 길을 떠났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서야 나는 그 길에서 내려온다.

이것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결혼을 마치고, 다시 나로 돌아오는 길에 관한 이야기.


- 다시 나로 돌아오는 길, 프롤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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