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노트_ 맨발걷기
추암해변은 잔잔했지만, 지난밤 술자리는 뜨거웠다. 주말 행사로 함께한 동료들과 11월의 마지막 인사로 부딪힌 잔들이 남긴 여운이 아침까지 이어졌지만, 아침 추암해변 백사장은 그 모든 잔향을 지워냈다. 해변을 맨발로 한 시간 남짓 걸었을 뿐인데, 머릿속의 안개가 걷히듯 맑아지고, 심장은 다시 리듬을 찾았다. 숙취가 아니라, 마치 묵은 생각과 피로까지도 모래가 흡수해 간 듯한 기분이었다.
맨발 걷기의 과학적 원리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지면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몸속의 활성산소를 중화시키고, 전자 흐름의 균형을 되찾는 ‘어싱(earthing)’ 효과다. 해변의 미세한 모래 입자와 바닷물 속 미네랄은 피로한 세포를 깨우고, 혈류 순환을 도와 몸의 해독 작용을 촉진한다. 그 덕분일까. 두통은 사라지고, 텅 빈 위장은 다시 따뜻해졌다.
이 계절, 많은 이들이 연말 회식과 송년 모임으로 스스로를 혹사한다. 그러나 해장국 대신 ‘맨발 해장’을 추천하고 싶다. 새벽의 바다로 나가 신발을 벗고, 해변 모래 위에 발을 디뎌보라. 몸속 알코올이 빠져나가는 길은 어쩌면 발끝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삶의 해독은 땀도 좋지만 땅으로부터 온다. 연말의 마지막 숙취는 약이 아니라, 바다가 풀어주는 것이다. 맨발 걷기 709일째의 아침이 그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