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지역N문화
최근 지역 축제와 관광 콘텐츠를 두고 벌어지는 지자체 간의 경쟁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각 지자체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자랑하며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지만, 그 경쟁이 때로는 소모적이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여행작가 고재열 씨는 모 자치단체 특강에서 이 경쟁 구도에 일침을 가하며, 지역 관광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단독 여행지, '전국 Top 10'의 벽
고재열 씨는 지자체가 '단독 여행지'로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전국 10위 안에 들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이미 제주, 강릉, 속초, 안동, 경주, 통영, 목포, 신안, 군산, 남원, 태안 등 수많은 지자체들이 강력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이들 중 몇 곳을 추려내더라도 10위 안에 들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할 때는 특정 지자체가 아닌 그 일대를 여행한다.
여행객들은 행정구역 경계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강릉을 찾은 관광객은 동해나 속초를 함께 묶어 여행하며, 경주 여행객은 안동이나 포항을 연계하여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관광객의 시야는 이미 지자체의 경계를 넘어선 '일대(一帶)'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고재열 씨는 지자체들에게 "경쟁하지 말고 엎치락뒤치락하라"는 조언을 남겼다. 이는 연합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다.
밥상 차리기보다 '숟가락 놓기'
지자체들은 "어떤 시퀀스(Sequence, 순서나 흐름)를 형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혼자 힘으로 대형 밥상을 차리려 애쓰는 대신, 이미 잘 차려진 주변 지역의 밥상에 자신만의 특색 있는 숟가락을 놓는 고민이 더 시급하고 명확한 답이라는 것이다.
‘시퀀스 형성'의 구체적인 예시는 다음과 같다.‘
• 동해안 연합: 강릉의 커피 문화, 속초의 해변과 산, 동해의 해양 스포츠를 하나의 '힐링 코스'로 엮어 공동 홍보하는 방식.
• 역사 문화 벨트: 안동의 유교 문화, 경주의 신라 역사를 연계하여 '시간 여행'이라는 테마 아래 하나의 상품으로 묶는 방식.
지자체 연합,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
이제 관광 패러다임은 '단독 주연'에서 '명품 조연 연합'으로 바뀌고 있다. 자본력과 콘텐츠가 충분한 초대형 지자체가 아니라면, 홀로 힘겨운 경쟁을 지속하기보다는 인접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광역 관광권을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다.
지자체가 연합하여 시퀀스를 형성할 때, 관광객은 더 풍부하고 입체적인 여행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출을 확대하며, 궁극적으로 지역 경제에 더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지역의 지도자들은 이제 '나만의 밥상'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인근 지역과 손잡아 '우리 모두의 밥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협력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