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지역N문화
동해문화원은 11월 25일 오후 2시, 2층 대강당에서 ‘기록과 장소의 재발견, 항길고택문고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개인 기록의 가치를 통해 동해다움을 재발견한다'라는 취지로 마련됐으며, 발제자와 토론자 등 시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동해 용정마을 항길고택, 강릉김씨 감찰공파 김자현을 비롯한 후손들이 120여 년 가까이 보존해 온 1,555건의 고문헌 아카이브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지역의 생활기록·가계기록·서간류가 어떻게 ‘개인기록에서 공공문화자산’으로 전환되는가를 집중 탐구한 자리였다.
고택이 품어온 120년의 기록, ‘공공성’의 질문 앞에 서다
주제발표에서 장정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수토제의 중심지로서 동해·삼척과 항길고택문고’라는 주제로 수토사의 역사적 의무가 지역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기록됐는지, 그리고 항길고택에 남겨진 문서들이 ‘지역 경비·행정·생활사의 통합 사료’ 로서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 명경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는 ‘용정동 사람들의 삶과 항길고택문고’를 주제로 문고 속 일기·호구단자·교지·수발문서·가계기록 등을 사례로 들며 “기록은 곧 사람의 숨결이며, 장소는 그 숨결이 머물던 자리”라고 강조했다. 특히 개인이 남긴 기록이 어떻게 시대의 정신을 이어오며 오늘의 연구·교육·관광자원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분석을 제시해 공감을 얻었다.
전문가 토론… ‘기록의 민주화·공동체적 아카이브’ 논의 확장
좌장은 장정룡 강릉원주대 명예교수가 맡았으며, 토론에는 신태훈(이사부 독도기념관 매니저), 김상래(항길고택문고 기증자) 홍경표(전 동해문화원 원장)등 3명이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한 목소리로 “기록의 가치는 보존 자체가 아니라 활용을 통해 공동체가 새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라 강조했다.
또한 홍경표 전 원장은 토론에서 "동해문화원과 지역 연구기관이 협력하여 항길고택문고를 디지털 아카이브화·학술연구·교육 콘텐츠로 연계하는 구체적 로드맵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민 100여 명이 만들어낸 뜨거운 공론장
특히 전문 연구자뿐 아니라 강릉김 씨 종인 등 지역 시민 100여 명이 함께해 객석에 참석한 시민의 관심도가 높았다. 동해역사문화연구회 박광선 전문위원은 "박물관 없는 도시 동해시가 이 같은 기록의 가치에 주목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참석자들은 “평생 살았던 동해의 역사가 고택의 기록 속에서 되살아나는 경험이었다”, “개인의 기록이 공동체의 자산이 되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했다” 는 소감을 나누며 큰 호응을 보였다.
오종식 동해문화원장은 “율곡연구원 등 다양한 전문기관과 협력 등 이번 논의가 항길고택문고의 디지털화, 그리고 지역 아카이브 정책의 본격적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