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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역N문화

바람의 악기 ‘플루트‘가 들려준 특별한 이야기

54. 지역N문화

by 조연섭

89세부터 초등학생까지 70여 명 출연, 세대통합형 문화예술 모델 선보여


동해플루트오케스트라(예술감독 겸 지휘 천연철) 제13회 정기연주회가 29일 동해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개최됐다. 정기연주회 출연자는 89세부터 초등학생까지 이르며, 클래식 정통 편성과 록 밴드 세션 악기를 결합해 호응을 받았다.

플루트 연합 오케스트라+ 호른 협연, 사진_ 조연섭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묵호고등학교 2학년 배슬기 학생의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협연 무대였다. 호른 특유의 웅장하고 깊은 음색을 안정적으로 구현한 배 학생의 연주는 고등학생 수준을 넘어서는 완성도를 보여주었으며, 동해 지역 청소년 음악 교육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공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참여자의 연령 다양성이다. 칸토 앙상블 소속 김기열 씨(89세)가 최고령 연주자로 무대에 올랐으며, 드림스타트 합창단 소속 초등학생이 최연소 참여자로 기록되었다. 동일한 무대에서 약 80년의 연령 격차를 가진 연주자들이 같은 악기 합주와 소리로 진행한 것은 문화예술이 세대 통합 매개체로 보여준 사례로 분석된다.


공연 중반부에는 전통적 클래식 편성을 벗어난 실험적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천연철 지휘자가 리코더를 연주하며 일렉트릭 기타 연주자 변광용 씨, 짧은 헤어스타일의 카리스마 넘치는 드럼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올라 파헬벨의 캐논을 브로드웨이 스타일로 재해석한 즉흥 연주를 선보였다. 클래식 레퍼토리에 록 밴드 악기 편성을 결합한 이 크로스오버 시도는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무대였다.


특히 앵콜 무대에서는 천연철 지휘자가 직접 양복 차림으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며 대중가요를 선보여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장을 갖춰 입고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은 1960년대 비틀스의 기타리스트 조지해리슨을 연상시키는 빈티지한 감성을 불러일으켰으며, 클래식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대중음악 연주자로 변신하는 파격적 장면은 장르 융합의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이날 공연에는 동해플루트오케스트라 주관단체 외에도 동행앙상블, 드림스타트합창단, 칸토앙상블, 노바플루트앙상블, 프라임관현악앙상블 등 5개 협력 단체가 참여했으며, 총 출연 인원은 약 70명에 달했다. 앵콜 무대에서는 전체 출연진이 통합 앙상블을 구성하여 대중적 레퍼토리를 연주함으로써 협력적 문화예술 생태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동해플루트오케스트라는 2011년 창단 이래 14년간 지역 문화예술 저변 확대에 기여해 왔다. 특히 장애인 활동지원 프로그램인 동행앙상블, 아동대상 드림스타트합창단, 고령층 중심의 칸토 앙상블 등과의 협력을 통해 사회적 포용과 문화적 접근성 확대를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문화활동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천연철 예술감독은 “플루트는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악기 중 하나로, 연주자의 숨결이 직접 음악이 되는 원초적 특성을 지닌다”라며 “이러한 악기적 특성이 세대와 계층을 넘어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번 공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전통적 클래식 음악회의 형식적 틀을 유지하면서도 장르 융합과 세대 통합이라는 현대적 과제를 실험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89세 고령 연주자부터 초등학생까지 동일한 악기로 합주하는 장면은 생활문화예술이 연령, 세대, 계층의 경계를 초월하는 보편적 언어임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상징적 이미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지휘자가 직접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며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은 장르 간 벽을 허무는 문화예술의 유연성을 보여준 사례다.


동해플루트오케스트라는 앞으로도 정기연주회를 비롯한 다양한 공연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의 중추적 역할을 지속할 계획이다.

연주회 사진, 영상 하이라이트
글, 사회, 촬영_ 조연섭
호른 배슬기 협연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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