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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파도소리는 왜 요란했을까?

169. 맨발걷기 노트

by 조연섭

오늘 아침 추암해변은 파도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Ai 박사는 파도의 높이보다 ‘환경이 만들어낸 울림의 조건’이 완벽히 맞아떨어진 날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안 지형의 반향, 바람의 방향, 새벽의 차가운 공기층이 결합하면서 파도는 실제보다 깊고 장중한 소리로 다가왔다. 이 특별한 음향은 맨발 걷기 감각과 사고를 다시 한번 새롭게 열어준 순간이었다.


소리는 작았고, 울림은 컸다


해변에 도착하기 전부터 귀에 닿던 소리는 마치 큰 파도가 밀려오는 듯했다.

하지만 막상 눈앞의 바다는 잔잔했다.

이 역설적인 체감은 추암의 지형에서 비롯된다.

추암해변은 절벽이 바다를 감싸듯 서 있는 구조를 가진다.

이 때문에 파도소리가 절벽과 모래사장 사이에서 여러 번 반사되며 증폭된다.

큰 파도가 아니라도 소리는 더 깊고 넓게 퍼진다.


오늘은 그 음향 반사가 특히 뚜렷했다.

해안선이 만들어낸 자연의 울림판 위에 바람과 온도, 습도가 정확하게 얹히면서,

파도는 실제의 크기를 훨씬 넘어선 목소리를 가진 듯했다.


새벽의 공기가 만든 ‘저음의 공명’


영상 6도의 기온은 맨발 걷기에는 최적이지만, 또 하나의 특징은 저주파 소리를 크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온도가 낮아질수록 공기 밀도는 높아지고, 낮은 음역 소리는 멀리, 더 무겁게 퍼진다.

새벽이 깊은 울림을 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오늘의 파도는 마치 저 멀리 깊은 바다의 귓속말을 증폭해 해변 끝까지 밀어 보내는 듯 들렸다.

걸음을 내딛는 순간, 그 울림은 발바닥과 가슴을 동시에 두드렸다.


맨발 걷기 709일, 감각이 더 깊어지는 시간


709일째의 맨발 걷기는 자연의 소리를 더 잘 듣게 되고, 몸의 변화가 마음을 이끌고, 사고의 흐름까지 달라지는 생활의 방식이다.


오늘 경험은 이 시간을 또렷하게 증명했다.

맨발은 모래의 습기와 바람의 방향까지 읽어내고, 파도소리의 작은 떨림 하나까지도 신체적으로 받아들인다.

오랜 날들의 누적된 감각이 오늘의 추암을 특별하게 만든 것이다.


‘왜 오늘은 더 크게 들릴까?’

이 질문 뒤에는 사실, 내가 자연을 듣는 방식이 이미 달라지고 있구나’라는 깨달음이 숨어 있다.


오늘의 파도는 우리에게 말한다.

“삶을 바꾸는 시간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작은 자연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그 순간을 종종 ‘감각의 열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맨발 걷기의 시간은 바로 그 열림을 매일 연습하는 과정이다.


추암의 파도는 오늘도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내가 들은 소리는 어제와 다른 ‘오늘의 파도’였다.

이 차이는 바다가 바뀐 것이 아니라, 나의 감각과 마음이 변화의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인생이 바뀌는 시간은 이렇게 온다


파도는 잔잔했지만 울림은 크고, 기온은 차가웠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711일째의 아침은 그렇게 하나의 문장을 남긴다.


“인생이 바뀌는 시간은, 자연의 작은 떨림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그 순간이다.”

오늘 추암의 소리는 내일의 나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주는 하나의 귀한 신호였다.

추암,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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