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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2025년에 띄우는 편지

15. 보훈해봄

by 조연섭


우리문화 12월호 표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발행하는 매거진 ’우리문화’ “저물어 가는 2025년에 쓰는 편지”를 썻습니다. 주제는 올 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입니다. 생사를 알수는 없지만 그의 삶은 이미 별 이상의 빛으로 빛나고 있기에 별이 된 스승으로 이름 붙인 “권세춘 해군 중사”에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To. 권세춘 중사님

올 한 해를 정리하며 떠오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별이 된 스승, 권세춘 해군 중사입니다. 그는 1960년대 산업화 이전의 척박한 시진, '국가를 지키는 군인'이 자 동시에 '미래를 기르는 교사'로 살았던 사람입니다. 먹고살기도 힘든 1964년 묵호경비부(현, 해군 1함대 사령부) 시절 그는 본인 집에서 지역 청소년을 위한 야학을 개설하기도 했죠.


중사의 열정은 군목 김수남 등 동료 해군들과의 연대로 확장되었고, 마침내 ‘일심하고'가 세워지기에 이릅니다. 이 학교는 해군 1함내 사령부의 인적•물적 지원 속에 1,000명이 넘는 청소년을 교육하며, 지역공동체의 자생적 근대교육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2025년, 저는 2024년 문화원이 발간해 문화원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구술 집을 통해 권세춘 중사님을 발견하고 그의 삶을 되살리기 위해 국가보훈부 '보훈 해봄 공모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별이 된 스승, 권세준 해군 중사 라는 주제로 편지쓰기 프로젝트를 기획하 며, 그의 공익수호와 교육 정신을 시대적 맥락으로 소환하고자 했습니다. 어촌활력증진지원 시범사업을 추진중인 ‘문화발전소 공감‘의 따뜻한 배려와 지원으로 여름 폭염 속에서도 시민과 학생, 해군 장병이 함께한 네 차례의 북 콘서트와 북 페스타 개최를 통해 300여 통의 감사 편지가 모였습니다.


그 편지 결과물로 완성된 한 권의 작은 책, 《별이 된 스승, 권세춘 해군 중사》는 기억을 매개로 한 공공서 아카이브로 기능합니다. 해군 제1함대 사령부 곽광섭 사령관(2025.11.13일 해군참모 차장 승진)은 "선배의 공익수호 정신을 오늘의 해군에게 .. 전하겠다"라며 해군 장병 전 도서관에 출판 도서 200권을 비치하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의 뜻깊은 삶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 지역공동체에 얼마나 큰 공명을 줄 수 있는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는 화려한 이벤트가 아닙니다. 사라진 이름을 복원하는 조용한 행위에 서 시작되어, 사람과 사람을 잇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그 모든 가치를 품은 우 리의 삶 그 자체입니다.


2025년 동해 바다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있습니다. 해군 중사 권세춘, 그는 여전히 동해 의 파도 속에서 청춘들을 가르치고 있는 듯합니다.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 그 것이야발로 다음 세대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따뜻한 기록이 될 것입니다.


조연섭 동해문화원 사무국장


우리문화 편지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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