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초기 스타트업들이 성장을 멈추는 이유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초기 스타트업에 수많은 사람들이 ‘혁신’을 함께 이루고자 동참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혁신’을 맛보기도 전에 뜻을 달리 한다. 일부의 사람들은 스타트업을 그만둘 때 주변 사람들에게 그 회사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저주마저 쏟아낸다. 짧은 시간 동안 그 사람들은 무엇을 경험하고 느낀 것일까?
스타트업에서 제일 오래 근무한 사람은 ‘대표님’이다. ‘대표님’ 스스로도 회사와 사업에 대해 제일 잘 안다고 자부한다. 이제 막 입사한 구성원이 질문을 하면 히스토리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오래 근무한 구성원들도 문제가 발생하면 ‘대표님’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는 문제는 없고 새로운 문제가 쌓여서 해결해야 할 부채는 쌓여만 간다.
경영은 사업을 기능(들)을 활용하여 해결하는 기술이다. 즉, 사업 문제를 구성하는 기능(들)의 전문성을 사용하여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다. ‘대표님’은 사업에 대해 제일 잘 아는 것은 맞지만 문제해결에 필요한 기능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물론 모든 기능에 전문가를 배치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능은 ‘대표님’이 관여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모든 기능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은 전문가의 동기부여, 특히 주도성을 해친다.
‘대표님’은 사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성을 확보한 기능과 그렇지 못한 기능을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성을 확보한 기능은 권한위임과 경청을 바탕으로 도움을 구하는 자세로 전문가를 대해야 한다.
사업에 필요한 기능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필요한 기능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영입한다고 해서 사업의 많은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많은 노력을 들여 각 영역의 전문가를 채용하였으나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여 이탈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였다.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모든 자원(돈, 사람, 시간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채워져 성장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대기업 또는 성공한 스타트업에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큰 투자비용으로 모셔왔으나, 그 분야가 현재 사업 상황에서 큰 임팩트가 없다면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
사업이 운영되는데 꼭 필요한 기능이 있다. 이를 넘어 초기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과 같이 직무를 나눠서 업무를 할당하게 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영역(White Space)이 다수 발생한다. 필요 기능을 정의하고 이를 넘어서는 부분에서 전문성을 쫓기보다는 당장 성과를 올려줄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스타트업 채용공고에서 가장 많이 홍보하는 것이 바로 “우리 회사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습니다.”이다. 이렇게 표현하는 이유는 자유가 보장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인상을 주기 위함이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위임전결에 관한 규칙이 없다. 즉, 모든 의사결정은 대표 또는 아주 소수로 구성된 경영팀이 독점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의사결정의 주체는 상황에 따라 매번 바뀐다는 것이다. 즉, A 팀장이 최종 의사결정했던 일을 대표가 갑자기 뒤엎는다. 그리곤 왜 그렇게 의사결정을 했는지 추궁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한다. 심지어 다른 회사들의 채용공고에 의심을 품게 된다.
초기 스타트업의 모든 의사결정은 대표 또는 소수로 구성된 경영진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어설프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보다는 경영진이 모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사업의 집중을 위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어설픈 위임보다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지 알기 쉽다.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집단의 경우 예상보다 훌륭한 시너지를 낼 수 있으나, 반대의 경우 예상보다 처절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갈등은 반드시 발생한다. 각각 다른 사람들을 모아놓고 같은 목적지를 보고 함께 달리라고 하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초기 스타트업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갈등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분위기가 퍼지는데 몇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은 갈등을 방치할 때는 해결을 위해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갈등을 어차피 발생한다. 갈등을 일으킨 사람을 바이러스의 숙주로 여겨 원인을 제거하는 것보다는 갈등을 관리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예방과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갈등을 고려한 협업 프로세스를 구축하거나 관련한 인사제도를 수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프로세스 지점에서 협의를 위한 회의체를 운영하거나, 역량평가에서 협업역량을 높은 우선순위에 두는 것 등) 갈등이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는 이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리더십 역량을 키우는 것이 좋다. (리더의 역할은 성과창출, 의견조율, 부하육성으로 나눈다면 의견조율이 이에 해당한다.)
성과 지표가 하락한다. 원인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회의와 협의를 이어간다. 원인을 찾는 과정은 그리 녹녹지 않으며, 가설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해결책은 대입해봐야 한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성과는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다른 곳에 원인을 돌리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구성원들이 회사 목표를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OKR을 도입한다.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조직문화 담당자를 채용하고, 다양한 활동을 기획한다. 이에 대한 결과의 측정은 당연히 자기 보고(Self-report) 방식의 설문이다. 팀 또는 구성원들 간에 협업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사내 행사를 기획한다.
조직문화, 업무도구 등과 같은 방법은 한번 도입하면 바꿔 쓰기 어렵다. 따라서 조직문화는 지속적 개선을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하고, 업무도구는 구성원들의 생산성과 몰입을 목적으로만 도입해도 충분하다. 위기의 순간, 회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업 성과 밖에 없다. 조직의 수많은 문제는 성과가 개선되어 서로 나눌 수 있는 성취감과 자원이 많아지면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조직문화와 업무도구에 투자해서 더 좋게 만드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