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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시불 Sep 05. 2024

업무내용이 없는 근로계약

효과적인 경력개발을 위한 근로계약 체결방법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제일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근로시간, 연봉을 비롯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근로계약에 적혀있는 근로시간과 보상은 담당할 업무의 내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즉, 근로계약에 있는 근로시간은 그 사람의 역량을 고려할 때 그 근로시간 내에 업무를 해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고, 근로계약에 있는 처우는 그 업무를 완수했을 때 합당한 보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업무내용에 대한 회사와 구성원 간에 이해가 다를 경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근로시간과 처우 조건은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근로계약에서 업무내용을 "○○○ 담당", "○○○ 총괄", "○○○ 관리" 등의 형식으로 간략하게 언급하고 회사와 구성원 서로 서명을 한다. 따라서 근로계약에서 업무내용을 어떻게 살펴봐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업무의 넓이

중소기업, 스타트업, 극심한 변화 속에서 경영을 해야 하는 회사들을 보면 구성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담당 업무의 폭은 상당히 넓다. 그래서 "○○○ 담당"으로 입사를 했는데 "XXX 담당"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사의 업무는 직종, 직렬, 직무의 체계로 구분된다. 쉽게 얘기해서 HR은 "직종"이다. 채용은 "직렬"이다. 지원자모집은 "직무"에 해당한다. 이 구분은 상대적인 것이라서 어떤 회사의 직종이 다른 회사에서 직렬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경영지원이 "직종"이고, HR이 "직렬", 채용이 "직무"인 회사들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직무"까지는 정하지 못하더라도 "직렬" 수준에서 정의는 필요하다. 근로계약에 "직종"을 기준으로 업무내용을 정하면 범위가 너무 넓어서 예측하기 어렵다. 반대로 "직무"로 정하면 업무내용을 길게 적어야 하며 누락이 생기기 쉽다. 즉, "직종"과 "직무"를 기준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분쟁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업무의 깊이

어떤 구성원은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거나, 기존의 것을 더 효과적으로 그리고/또는 효율적으로 개선시킨다. 이것이 "기획"이다. 기획을 위해서는 이론적 지식뿐만 아니라 실무적 경험이 결합되어야 한다. 실무적 경험은 이미 정해진 정책, 규범, 프로세스, 절차 등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면서 얻어진다. 이것이 바로 "운영"이다. 따라서 "운영"이 없이 "기획"을 한다는 것은 타고난 직관이 없다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획과 운영이 필요하며, 어떻게 기획과 운영을 할 것인지, 누가 기획과 운영을 할 것인지 등 전반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관리"이다. 결론적으로 회사의 업무는 "관리", "기획", "운영"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순서는 연봉의 크기이며 경력개발의 순서이다.


진짜 이직사유

채용포털 인크루트에서는 이직사유가 2010년에 비해 2021년에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사했다. 2010년의 주된 이직사유는 연봉을 제외하고 "불투명한 회사의 미래"와 "고용안정성"이 제일 높았다. 이에 반해 2021년의 주된 이직사유에 "진로개발 및 직무전환"이 등장했다. 업무내용의 어설픈 합의로 인해 너무 좁거나 넓은 업무, 너무 쉽거나 어려운 업무가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 본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스스로 받고 있는 보상의 합리성에 대한 의심을 들게 하며 연봉이라는 사유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업무내용 합의

면접은 회사가 지원자를 검증하는 것인 동시에 지원자도 회사를 검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면접관이 마지막에 던지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세요."라는 질문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보상에 대한 질문은 합격 후 연봉 협상 과정에서 얼마든지 물어보고 조율할 수 있다. 면접에는 해당 업무의 관리자 또는 경영진이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반드시 업무내용에 대한 일차적인 합의를 끝내야 한다. 만약 면접에서 업무내용을 확인할 기회가 없었다면 근로계약에 서명하기 전까지 꼭 확인해야 한다. 어찌됐든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업무의 넓이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회사들은 일 년에 한 번은 연봉을 인상한다. 이때 새롭게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연봉계약이라는 형태로 보상에 관한 내용만 담겨 있는 경우가 있다. 연봉계약할 때도 동일한 업무에서 경제지표만 반영해서 보상이 달라지는 것인지, 역량 그리고/또는 업무의 성과로 인해 보상이 달라지는 것인지, 업무의 내용이 변경돼서 달라지는 것인지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경력개발 경로에서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다음 일 년을 속 시끄럽지 않고 업무에만 매진할 수 있다.


우리는 상품의 스펙을 보고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를 결정한다.
근로계약도 업무의 스펙을 확인하고 합리적인 연봉에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근로계약에는 교환, 환불은 없고, 계약해지(퇴사)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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