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 히데키 <K-POP 원론>
최근 굉장히 흥미롭게 읽은 노마 히데키의 <K-POP 원론>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북토크까지 듣고 왔다.
BTS와 블랙핑크 이후 K-pop의 위상은 전 세계적으로 달라졌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만 한정적으로 나타났던 '한류' 현상은 'K-pop', 'K-food', 'K-beauty', 'K-drama' 등의 이름을 달고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한국어' 노래가 이제는 21세기형 종합예술로 불리며 하나의 글로벌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부분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굉장히 뿌듯해해야 하는 지점인데, 정작 우리는 너무나 당연해서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우리는 한국어 노래가사에 나오는 된소리 '성문폐쇄음'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음절언어'인 한국어를 가사로 만들면 각 음절이 일정한 길이로 발음되며 생기는 리듬감이 외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신선하고 귀에 콕콕 박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작가는 오랫동안 언어를 연구해 온 언어학자답게 K-pop이 단순히 '음악'이 아니고 '목소리+시+소리+빛+신체성' 등 다양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거의 '찬양'하며 이야기하는 K-pop 대표 곡들의 뮤직비디오는 ’K-아트‘의 집합체로 유튜브가 열어준 K-pop의 시대에서 말(언어) Language, 소리(청각) Audio, 빛(시각) Visual이 혼연일체가 되어 인터넷 Internet 세상을 날아다니는 ‘랩넷(LAVnet)’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한다.
작가가 책 중간중간 QR코드로 정성스럽게 입력해 놓은 뮤직비디오 몇 편을 찬찬히 다시 보았다. 다시 보니 정말 뛰어난 영상예술 작품이 맞았다. 다원주의 설명하기 위한 곡 '키스오브라이프'의 <Te Quiero>의 다성적 구성은 단순히 화음을 쌓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한 것처럼 독립된 두 개 이상의 선율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K-pop은 이제 더 이상 예쁘고 잘 생긴 아이돌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말성, 신체성, 복수언어주의, 다원주의의 의미를 갖는 ’K-아트‘다. 이렇게 풍요로운 대상이 소비에서 끝나면 아쉽지 않냐는 작가의 말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언어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인지 처음 알았고 앞으로 나올 작가님의 <언어존재론>도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