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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Oct 12. 2021

아이와 함께 춤을

아이를 뱃 속에 품고 발레를 했던 지난 7개월의 시간

둘째는 태교는 무슨, 잠깐 누워있을 틈이라도 있으면 감사했지.

 주위 엄마들에게 들은 "둘째 아이 태교"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첫째가 한참 엄마 손 많이 타는 네 살, 이 아이가 진짜 내 아이가 맞나 친자 확인을 하고 싶어진다는 미운 네 살이 되던 해에 둘째가 찾아와주었다. 계획 하에 둘째를 맞이했지만 첫째 아이 육아에 치이다 보니 둘째에게 신경 쓸 여력은... 없었다. 둘째 또는 그 이상의 아이의 태교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당장 내 눈 앞에서 몸부림 치며 엄마 손길을 원하는 아이를 먼저 챙기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둘째에겐 신경 써줄 여유가 없어진다. 저 조그마한 게 벌써 형이라고 눈에 밟히는 첫째도 짠하고, 매일 형한테 치이는 둘째도 짠하고, 이 둘 사이에서 시달리는 내가 제일 짠하고.. 이대론 안되겠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발레였다. 

곧 있으면 두 아이에게 번갈아 시달리게 될 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 같은 시간, 뱃속의 아이도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태교로 발레를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다. 내가 직접 해보니 발레는 임산부에게도 좋은 운동이다. 아이에게 무리가 갈 수도 있는 점프 동작이나 배를 누르는 매트 스트레칭만 피한다면. 내가 발레를 태교로 추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부드럽게 몸을 풀기 좋은 운동이라는 점이다. 천천히 손과 발을 움직이다 보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서 개운한 느낌이 난다. 대부분의 시간을 바를 잡고 있으니 균형이 무너져 넘어질 일도 없어 안심이다. 임신 후반으로 갈수록 몸이 무거워지면서 다리가 쉽게 붓는데, 이럴 때 플리에, 턴듀, 데가제 같이 발 끝까지의 근육을 당겼다가 풀었다가 하는 동작을 하면 무거웠던 다리가 시원하게 풀리는 느낌이 든다. 출산 경험이 있으신 선생님께 몸 컨디션에 따라 세심한 코칭을 받아가며 클래스를 들었던 덕도 있겠지만 발레는 여러모로 임산부에게 딱 좋은 운동이다.


 두 번째는 클래스 내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클래식 음악을 들어온 아이가 머리가 좋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태교발레의 가장 큰 강점은 아이와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을 들을 뿐 아니라 음악에 맞춰서 몸을 가볍게 움직이기까지 한다면 아이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아이가 엄마와 함께 움직임을 느낀다면 그 교감의 깊이는 더 두터워질 테고. 짧지만 확실하게. 효율성 좋은 태교를 원하신다면? 발레를 강력 추천 드립니다.


 우리 둘째의 생일이 5월 1일이고, 출산 전달 마지막 주차까지 발레 클래스를 들었으니 나는 출산 3,4일 전까지 발레를 한 셈이다. 곧 터질 것 같은 뱃속에 아이를 품고 발레를 했던 6개월 남짓의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배가 불러 오면서 타이즈나 레오타드는 입을 수 없게 되었지만 임부용 레깅스에 발레스커트를 두르고서 열심히 다녔다. 동작이나 라인이 조금 안 나와도 임신 때문일거라 면피하며, 그냥 내가 그 시간을 흠뻑 즐겼던 것이 출산 막바지까지 발레를 놓지 않았던 이유인 것 같다. 그 덕분인가? 둘째는 뻣뻣한 다른 가족들과 다르게 매우 유연하다. 발레 태교의 힘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발레 학원에 갈 수 있는 다섯살이 되면 발레를 시켜 볼까 하는데, 아들과 파드되(2인무)를 출 수도 있을라나.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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