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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치

by 최정식

브라질은 남미 최대의 민주국가이자 G20, BRICS의 핵심 일원으로서 국제무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 구조를 들여다보면, 화려한 잠재력 뒤에 자리한 제도적 취약성과 사회적 불안정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이는 단순한 인상이나 평가가 아니라, 통계가 보여주는 냉정한 현실입니다.


브라질 국회는 하원 513명, 상원 81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의석들이 지나치게 파편화된 정당 체계 속에 나뉘어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최근 선거에서는 30여 개 정당이 국회에 진출하였으며, 현재도 20여 개 정당이 의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원적 정당 체계는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대통령이 안정적 다수파를 확보하기 어렵게 만들어 국정의 연속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부패와 제도 불신 역시 브라질 정치의 고질적 문제입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2023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브라질은 100점 만점에 34점을 받아 180개국 중 107위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국민이 정부와 제도에 대해 느끼는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OECD 조사 또한 다수의 브라질 국민이 공공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수록 정치는 더욱 극단화되고, 거리의 분노는 제도권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표출됩니다.


그럼에도 브라질은 민주주의 절차의 기술적 성취라는 독특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전자투표 제도를 통해 수억 명에 달하는 유권자가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투표할 수 있으며, 18세에서 70세 사이의 유권자에게 투표를 의무화한 제도 덕분에 선거 참여율은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성취는 브라질 민주주의가 단순히 취약하기만 한 것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문제는 이 모든 요소가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정당 파편화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 부패와 불신이 심화되는 사회, 그리고 동시에 강력한 참여와 민주적 에너지를 보여주는 시민. 브라질 정치는 언제나 불안정과 역동성이 교차하는 장(場) 위에 서 있습니다.


룰라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남방 협력, 다극질서 구상과 같은 국제적 어젠다를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아야 합니다. 국내 정치의 토대가 흔들리는 한, 국제무대에서의 포부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브라질의 국제적 위상은 결국 국내 정치의 안정성에 의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국 브라질 정치의 본질은 불안정 속에서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계는 브라질 정치가 단순한 위기의 연속이 아니라, 끊임없는 재조정과 균형 추구의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안정은 브라질 민주주의의 약점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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