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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성

by 최정식

정치 진영이 바뀌는 순간은 단순히 권력 교체를 넘어, 인간군상의 본질이 드러나는 무대입니다. 누군가는 서둘러 새 권력의 언어를 익히고, 또 누군가는 거리감을 유지한 채 은밀히 다리를 놓습니다. 어떤 이는 과거의 흔적을 지우듯 극단적으로 새로운 권력에 헌신하고, 또 다른 이는 신념을 지키며 고립을 감수합니다. 이처럼 진영 교체기는 다양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는 시기입니다.


이때 눈에 띄는 것이 붙임성입니다. 평소에는 사교적 성향이나 성격적 특질로 여겨지던 것이, 교체기의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생존의 기술로 전환됩니다. 붙임성은 새로운 권력과의 접점을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유연하게 만들어내는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됩니다. 권력의 유동성이 클수록 붙임성은 곧 적응능력으로, 심지어 안전망으로 기능합니다.


그러나 붙임성의 본질은 단순한 처세술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불확실성을 견디는 인간의 방식을 드러내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낯선 권위 앞에서 자신을 고정시키지 않고, 타자와의 관계에 맞춰 자기를 재구성하는 것—이는 자기 동일성을 유예하는 행위이자, 불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전략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붙임성이 생존을 가능하게 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곧 존엄이나 진정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정치적 교체기의 인간군상은 이 아이러니를 안고 살아가며, 붙임성을 통해 필요와 타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합니다. 결국 붙임성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내는 지혜이자, 동시에 진정성과의 갈등을 품은 양날의 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리더십은 더욱 경계심을 가져야 합니다. 리더가 과도한 붙임성에 취해 권력의 달콤함에 빠진다면, 그것은 곧 공정성을 흐리고 방향성을 잃게 합니다. 교체기의 리더십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붙임성을 지혜롭게 활용하되, 권력에 취하지 않고 원칙과 균형을 지키는 절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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