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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by 최정식

사람들은 마음을 비운다는 말을 ‘욕심을 버리는 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단순히 텅 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겉으로는 내려놓음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오히려 더 깊은 용기와 신뢰가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불완전함과 상처를 드러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결코 약함이 아니라 진정성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나를 가득 채우고 있던 방어와 두려움을 걷어내어 타인이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그 자리에 들어선 ‘진짜 나’와 ‘진짜 당신’이 만날 때, 관계는 비로소 깊어집니다.

진정성은 꾸밈을 버린 자리에서만 자랍니다. 그것은 자신을 감추지 않는 솔직함이자,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개방성입니다. 비움은 바로 그 진정성으로 향하는 통로입니다. 욕심을 덜어내고, 가면을 벗어내며, 마음의 벽을 낮추는 순간 — 우리는 오히려 더 충만해집니다.

진정성은 말보다 더 큰 울림을 가집니다. 꾸며진 친절보다, 솔직한 불안과 진심 어린 한마디가 더 깊은 신뢰를 낳습니다. 세상은 강함을 미덕이라 말하지만, 사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비워서 드러낸 진심입니다.

요즘처럼 서로의 마음이 바쁘게 스쳐가는 시대일수록, 비움은 새로운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무심함이 아니라 정직한 존재의 태도, 그리고 타인을 향해 열려 있는 관계의 공간입니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 그것은 결핍이 아니라 진정성으로 향하는 가장 충만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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