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변화는 위기입니다. 그리고 위기란, 어쩌면 병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병을 앓고 난 뒤, 선뜻 거울 앞에 서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얼굴빛은 창백하고, 체력은 떨어져 있고, 무엇보다 병 이전의 자신이 더 이상 그대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과정도 그렇습니다. 익숙했던 나, 당연하다고 믿었던 일상, 안온했던 관계의 틀들이 하나둘 무너질 때, 마음은 마치 고열에 시달리듯 흔들립니다.
변화는 자아의 재구성 과정입니다. 인간은 환경이 달라지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오래된 정체성을 잠시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로 다시 세웁니다. 그 사이의 불안과 혼란은 몸살처럼 필연적입니다. 이 시기에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렵고, 스스로의 감정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고장의 신호가 아니라, 새로워지는 징조입니다. 병이 회복의 문턱이듯, 위기도 새로운 성장의 전조입니다.
변화의 순간은 ‘거울 앞에 선 나’를 다시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병을 앓은 뒤의 얼굴이 전과 다르듯, 변화 뒤의 자아도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 낯선 얼굴을 보며 주저합니다. ‘이게 정말 나일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지요. 하이데거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불안을 통해 존재를 자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불안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를 다시 묻고, 더 깊은 차원의 ‘나’로 나아가게 만듭니다.
결국 변화란 고통스러운 병이자, 회복을 향한 통과의례입니다. 병이 지나가야 면역이 생기듯, 위기를 지나야 진짜 변화가 자리 잡습니다. 거울 앞에서 낯선 나를 마주하는 용기, 그것이 곧 치유의 시작입니다. 변화는 우리를 약하게 만드는 병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낳는 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