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순수성이라는 말은 ‘때 묻지 않은 마음’ 정도로 이해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는 훨씬 더 깊고 고요한 차원에 있습니다. 순수성은 단순한 도덕적 청렴이나 감정적 순진함이 아니라, 존재의 중심에서 비롯된 자주독립성, 곧 자기 본성의 자율성에 가깝습니다.
순수한 사람은 외부의 시선이나 세속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내면이 지닌 리듬에 따라 살아갑니다. 남들이 옳다고 하는 것보다 자신이 옳다고 느끼는 것을 택하며, 그것이 세상과 어긋나더라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때의 순수성은 폐쇄적 완고함이 아니라, 자신의 본질적 조화와 품격을 지켜내려는 고결한 결단입니다.
그런 사람의 내면에는 ‘받아들이는 힘’과 ‘거부하는 힘’이 동시에 있습니다. 세상을 품되, 그 품 안에 불협화음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서가 지닌 고귀함과 우아함에 어울리지 않는 것을 단호히 배제함으로써 오히려 더 깊은 평화를 누립니다.
이런 태도는 ‘자율성(autonomy)’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부의 명령이 아닌, 내면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는 인간의 품격이지요. 그리고 확고한 ‘자기 동일성(ego identity)’의 표현입니다. 정체성이 분명하기에, 세속의 유혹이나 타인의 요구에 의해 쉽게 왜곡되지 않습니다.
삶의 순수성이란 결국, 세상과 단절된 청빈이 아니라 세속의 복잡함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정신의 투명성입니다. 그러한 투명함은 자신뿐 아니라 주변까지도 맑게 비춥니다. 그렇기에 어떤 이는 “그분을 둘러싼 모든 것이 순수했다”고 말합니다. 그의 존재가 곧 하나의 정화였던 것이지요.
오늘 우리 사회는 효율과 성과, 그리고 소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속에서 순수성은 어쩌면 가장 혁명적인 가치일지도 모릅니다. 타협하지 않되 배척하지 않고, 자기 본성에 충실하되 타인을 해치지 않는 길. 그 길 위에 선 사람만이 진정으로 고귀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