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안에서 가장 빠르게 퍼지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감정입니다. 회의실이나 사무실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을 때, 그것은 단지 일의 난이도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의 피로와 불만이 조용히 전염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정서적 감염(emotional contagion)’이라 부릅니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채팅방의 짧은 문장 하나가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현상입니다.
정서적 감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우 구체적인 힘을 지닙니다. 한 구성원의 불안은 옆 사람의 긴장을 자극하고, 그 긴장은 다시 다른 사람의 짜증과 무력감으로 확산됩니다. 어느 순간 팀 전체가 ‘감정의 회로’로 연결되어, 한 사람의 기분이 모두의 에너지를 좌우하게 됩니다. 결국 일의 본질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이 조직의 성과를 결정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문제는, 이러한 감정의 전염이 대개 ‘선의’에서 출발한다는 점입니다. 리더는 힘들어하는 구성원을 이해하려고 마음을 열고, 동료는 그를 감싸기 위해 정서적으로 접근합니다. 그러나 공감이 깊어질수록 감정의 경계가 흐려지고, 결국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피로를 짊어지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냉정함이 아니라, 경계의 지혜입니다. 감정은 나누되, 흡수하지 않아야 합니다. 위로는 하되, 대신 살아주려 해서는 안 됩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때로는 ‘감정의 필터’가 되는 일입니다. 구성원의 불안을 함께 느끼되, 그 불안이 조직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막아내야 합니다. 팀장이 감정적으로 흔들리면, 그 진동은 곧바로 팀의 균열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리더의 정서적 중립성은 냉정함이 아니라 책임감의 다른 이름입니다.
정서적 감염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감정이 파괴가 아닌 성장으로 작동하려면, 조직은 감정을 관리하는 문화적 면역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감정도 업무다’라는 인식 아래,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정리할 수 있는 언어를 가져야 합니다.
결국 조직의 성숙은 일이 아니라 감정의 질에서 드러납니다. 건강한 조직은 감정이 통제되는 곳이 아니라, 감정이 흐르되 서로를 삼키지 않는 곳입니다. 그 경계 위에 서 있을 때, 비로소 감정은 전염이 아닌 공명(共鳴)으로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