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이끌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보다, 한 사람의 표정을 세심히 읽는 일이 훨씬 더 큰 변화를 가져올 때가 있습니다. 그때 리더는 비로소 ‘관리자’가 아니라 ‘조율자(調律者)’로 서게 됩니다.
조율은 본래 악기의 음을 맞추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리더십의 세계로 옮겨오면, 그것은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어긋나지 않도록 그 간격을 맞추는 일로 확장됩니다. 각자의 생각과 감정이 다른 방향으로 흔들릴 때, 그 차이를 억누르지 않고 듣고 받아들이며 전체의 울림을 조화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지요. 그래서 훌륭한 리더는 지휘자라기보다 함께 어울려 소리를 만들어내는 연주자에 가깝습니다.
이 조율의 리더십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내면의 깊이에서 비롯됩니다. 사람마다 이를 실현하는 정도가 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먼저 자신을 조율하지 못한 사람은 타인을 조율할 수 없습니다. 내면이 불안하면 타인의 감정을 들을 여유가 사라집니다. 조율은 듣는 일에서 시작되지만, 불안한 리더는 듣기보다 반응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기 감정의 소음을 다스리는 능력이 곧 리더십의 시작입니다.
또한 조율의 성숙도는 타인의 다양성을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조율은 모두를 똑같이 맞추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음색이 어우러지도록 하는 예술입니다. 그러나 자신과 같은 톤만 옳다고 여기는 리더는 통제에 머물고, 조직의 음악은 단조로워집니다.
무엇보다 조율은 시간을 요구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악기처럼 즉각 반응하지 않습니다. 공감과 신뢰가 쌓여야만 진정한 울림이 만들어집니다. 바쁜 리더일수록 이 ‘느린 시간’을 견디지 못하지만, 조율은 그 인내의 시간 속에서만 완성됩니다.
결국 리더십에서 조율이란 보편성과 상대성의 균형을 잡는 일입니다. 팀이라는 하나의 울림(보편성)을 지키되, 각자의 리듬(상대성)을 존중하는 것. 이 미묘한 균형 속에서 조직은 살아 있는 유기체로 성장합니다.
조율은 기술이 아니라 존재의 깊이에서 비롯됩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맞추어 울리게 하는 것. 그것이 오늘의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품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