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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이 쏘아 올린 거대한 힘

by 이지민

모두에게 첫 기억으로 각인되는 도전이 있을 것이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나의 첫 도전이 뭐였을까 생각해 보면 딱 떠오르는 것이 투포환 던지기 대회이다. 이 대회는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 때 반대표로 나가게 되었다.


요새도 이런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운동장에서 조회를 했었다.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도 듣고 그동안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설명과 각종 시상 등을 전달 받으며 30분가량을 보냈다. 조회를 할 때는 반장이 제일 앞에 서고, 그 뒤로 학생들이 두 줄로 섰다. 서는 순서는 항상 키순이었기에 나는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반장 뒤에 서 있는, 키와 덩치가 작고 조용한 아이였다.


어느 날 학교에서 투포환 던지기 대회를 하는데 반대표로 나가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투포환 던지기라... 한번도 한 적이 없지만 왠지 너무 끌렸고 재미있을 거 같았다. 덩치는 작지만 힘만큼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잘하면 1등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래서 번쩍 손을 들었다. 아무리 작은 대회라지만 명색이 반대표로 참가하는 건데 체격도 작은 데다 여자인 애가 나가겠다고 했으니 분명 반 학생들은 못마땅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지원한 사람이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부지리로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것이 내 기억 속의 첫 도전이다.


대회 때까지 약 2주간의 시간이 있었다. 그 기간 동안 항상 방과 후 학교에 남아 선생님과 함께 연습을 하며 어 떻게 하면 투포환을 잘 던질 수 있는지 파악해 나갔다. 드디어 대회가 열리던 날이 되었다. 대회 진행 방식은 한 사 람당 두 번 투포환을 던져 시작점에서 가장 멀리 던지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처음으로 반을 대표하여 참석 하는 대회라 떨리긴 했지만 애써 침착한 척하며 1차 시기 공을 던졌다. 결과는 처참했다. 너무 소심하게 던진 탓에 거의 앞쪽에 투포환이 떨어져 꼴찌가 되었다. 그 순간 자 존심이 확 상하면서 갑자기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2차 시 기에는 기필코 1등을 하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 리고 사력을 다해 투포환을 던졌는데 이번에는 뭔가 달랐 다. 던지는 순간부터 주변에서는 “와~” 하는 소리가 들렸 다. 남자아이들이 던진 투포환보다도 훨씬 더 멀리 나가 1 등에 위치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선을 밟아 실격된 것이다. 너무 과한 욕심이 낳은 결과였다. 정말 허무하게 나의 첫 도전은 완벽한 실패로 끝이 났다.


이 대회는 나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대회가 끝나고 한 아이가 나에게 와서 엄청 멀리 던져 놀랐다고 말했다. 이 말이 너무 좋았는지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반에서는 존재감이 없는 아이에서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 대회 가 내 기억 속에 첫 도전으로 남아 있는 건 바로 이런 긍정 적인 면을 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것 때문이었 는지 이 대회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도전을 학창 시절 많 이 했었다. 합창대회에 지휘자로 나간다거나 수학여행 장 기자랑에 나가는 등의 활동 말이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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