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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날에 계란말이를

by 정예슬

일요일 아침 저녁으로 너희 두 형제가 돌아가며 서럽게 울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울 일인가 황당했지만, 그 핑계로 쌓인 스트레스를 푼 것 아닌가 싶어. 초등학교 3학년, 5학년에게 무슨 스트레스일까 싶겠지만 엄마는 그맘 때 참 고민이 많았어.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처음으로 여학생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았거든. 지금 생각해도 갑작스러웠어. 갑자기 여자 아이들이 나랑 놀지 않겠다며 모든 놀이에서 제외시켰어. 나는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정글짐에 올라가서 친구들이 노는 걸 구경만 했어. 심상찮은 낌새를 알아차린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을 불러서 무슨 말씀을 하셨던 모양이야. 갑자기 편지들이 오더라. 그 편지를 통해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던 아이가 주도했던 일임을 알게 되었지.


"예슬아 미안. 선생님이 너만 좋아하는 것 같아서 질투가 났어. (...) 그래도 너는 착하니까 다 이해하지?"


그 편지의 전부가 기억나지는 않아. 다만 선생님한테 이쁨 받는 게 미웠다는 내용과 마지막에 덧붙인 말에다 착하니까 이해해 줄 거라고 적은 것만은 또렷하게 기억 나.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애를 멀리하기 시작했어. 물론 마음속으로만. 겉으로는 웃고 이야기도 나누었어.


이후 한참의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어. 7년 전 어린 날의 기억인데도 엄마는 순간 움찔했어. 그 애가 어쩐지 그 때처럼 나를 따돌릴 것만 같았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내 생각이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거리를 유지했고 초등학교 3학년의 그 때보다는 더 단단해진 나를 발견하기도 했어.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정말 생각도 하기 싫어. 6학년 언니들에게 수시로 불려 가서 혼쭐이 났으니까. 오늘은 왜 치마를 입었냐는 둥, 눈알 색은 왜 갈색이냐, 일본인이냐, 정말 별별 말을 다 들었어.


그중 가장 심했을 때는 장기자랑 때 센터에서 춤췄던 날이었지. 새로 부임하신 교장 선생님이 근처 경로당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학교 강당에 초대하시고 학생들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셨어. 고학년들이 독창, 기악 연주, 댄스 등을 준비했지. 그때 입었던 옷이 노란색 나시에 반바지였어. 평소 치마 입는 걸로 하도 뭐라고 해서 반바지를 입었는데 이번엔 민소매 티가 거슬렸나 봐.


아무튼 초등학교 학생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많은 고민과 아픔이 있을 수 있다는 거... 무엇보다 그게 세상에서 가장 큰 일처럼 느껴진다는 거... 잘 알아. 그래서 오늘 너희들에게 일어났던 마음의 변화와 슬픔이 마냥 사소하다고, 별 거 아니라고 치부하지 않으려고 해.


힘들거나 서운했던 일이 있었던 거야, 그렇지? 그럴 땐 우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야. 오히려 울고 싶은데 울지 못하는 게 결과적으로는 더 좋지 않아. 울면서 해소되는 것들이 분명 있거든.


그런데 아들들~ 그 눈물, 그 슬픔은 영원하지 않아. 생각보다 엄마는 잘 헤쳐왔고 지나보면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 너희들 모습을 떠올려 봐. 울다 말고 아빠랑 엄마 얘기에 막 웃으면서 끝났잖아? 엉덩이에 털 나겠다며 엄마가 놀리니까 더 좋아했고. 무한리필 계란말이를 케찹에 찍어먹으며 또 행복해했지 :)






긴긴 울음 끝에는 웃음이, 엄마표 계란말이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 봐. 앞으로 얼마나 더 웃을 일이 많으려고 그러나... 생각해보는 거야. 그러니 울고 싶은 날엔 마음 놓고 울어. 울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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