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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속에서 계속되는 상담

상담하는 날

by 앎삶

60분간의 심리 상담이 끝난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잊힌 나와, 현재의 나를 번갈아 마주한다.

쌓아 올린 말들과 삼킨 눈물,

설명하지 못한 감정들이 속에서 천천히 끓는다.


문을 나서면, 이 감정이 사그라지기 전에 조금 더 끌어안고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때 발견한 건 담배 연기였다.

나는 내면을 더 깊이 바라보게 해 줄 도구를 찾았다.

그리고 누군가를 찾는다.


거울.

거울이 있는, 동굴 같은 공간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나는, 거울이 주선해 준 나와 마주 앉는다.

눈인사와 실루엣을 살피고 조용히 담배를 문다.


“칙—”

불씨가 눈을 뜨고,

“흡—”

감정을 삼키며 들이마시고,

“후—”

치유를 내보내듯 내뱉는다.

그렇게, 맞담배가 시작된다.

‘흡’ — 들이마신 한 모금은, 잘못 해석된 감정과 오래된 착각을 어루만진다.

그 감정에 새로운 서사를 덧입히며, 조금씩 모양을 바꾼다.

이건 치유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후’ — 내뱉는 한 모금은, 그 치유가 잘 이루어졌다는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연기의 실체가 내 앞에 남아 있어,

“괜찮아졌다”는 확신을 건네준다.


흡과 후 사이,

상담이 끝난 뒤에도,

그렇게 상담은 계속된다.


거울 속 나와,

(어쩌다 한 번씩)

연기 속의 나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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