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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꾹 눌러 담았던 말들

오늘도, 아무 말 없이 넘긴 당신에게

by 앎삶

말하지 않았다.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정작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례인지 몰라서였을까.

모른 척한 건 그쪽인데,

나는 괜찮은 척했다.


누군가의 거친 말에

내가 대신 온기를 섞고,

불편한 분위기엔

내가 먼저 유머를 던졌다.


그건 착함이 아니라,

내가 더 어른이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내 말은 뒤로 밀렸다.


‘괜찮아요.’

‘그럴 수 있죠.’

‘아무렇지도 않아요.’


내가 꾹 눌러 담은 말들은

그저 사라지지 않는다.

내 안에 오래 머무르며,

이제는 나를 무겁게 만든다.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그 말, 상처였어요.”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됐어요.”

“제가 웃었다고 괜찮은 건 아니에요.”


그 말들을 하지 않아서

상대는 편했을지 몰라도,

나는 조금씩 작아졌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씩 꺼내려 한다.


크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소리 내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나에게 말하듯,

부드럽고 단단하게, 이렇게 말하려 한다.


“나는 나를 지키기로 했다.”


이 한 문장이,

내가 꾹 눌러 담았던 모든 말의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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