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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항상 먼저 도착해 있다

비교의 기억, 작아진 나

by 앎삶

불안은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는 감정이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음은 벌써 결과를 예감하고, 실망을 연습하고, 상처받을 준비를 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또래 아이와 한집에 살았던 그 시절,

엄마는 나를 비교했고, 나는 비교를 견뎌야 했다.

그 아이 앞에서 나는 늘 작은 존재였고,

잘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할까 봐, 인정받지 못할까 봐

나는 더 잘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입사한 지 3개월.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나는 내 안에서 끊임없이 검열당하고 있다.

‘성과를 못 내면, 회사가 후회하지 않을까?’

‘이번 주도 실적이 좋지 않으면, 나는 무능력한 사람이 되는 걸까?’


불안은 조용히 내 등을 떠밀고

나는 다시, 완벽해져야만 살아남는다고 믿는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해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별다른 일이 없었는데도

괜히 마음이 차분했고,

그 차분함이 낯설 만큼 편안했다.


이 감정,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위에 잠시 머물 수 있는 고요가 있다는 걸,

잠시 느낀다.

그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비교하지 않고,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다.


그냥 오늘 하루만이라도.

내 마음이 그렇게 쉬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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