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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엘이 말하는 '징검돌'

프롤로그

by 빛작

2025년 10월 22일


커튼을 쳐놓고, 나는 누워만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는데, 여느 날처럼, ‘생각’이 마음의 창을 두드렸다.



생각

‘생각’은 고요하고 잔잔한 '손님'이었다. 손님은 나의 첫인상과 비슷해 보였다. 발랄하지 않은 듯하다. 비눗방울처럼 매끄러운 천성이 아니고, 투명망토처럼 존재를 드러내는 걸 어려워했다. 물결처럼 ‘존재감’은 흐르고 있지만 ‘자존감’이 고여 있기도 하다. 다행인 건 물결의 흐름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님의 삶을 '새'로 표현하자면, 힘찬 날갯짓은 아니지만 '횟대' 위에서 부단히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행동

아미엘의 일기를 펼쳤다. ‘아미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비눗방울’ 같다고 느껴졌다. 방울은 일상 너머의 희망을 싣고, 나의 꿈을 향해 떠올랐다. 있는 그대로의 민감함을 겸손하게 내놓아 ‘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생각에 머물고 있기는 하다. 생각은 ‘정체’지만, 오늘 나의 행동은 ‘아미엘’을 따라가고 있었다.


나는 ‘아미엘’에게 물었다.


대화

“ 아미엘, 생각에 머물러 있을 때, 불안하지 않아? ”


“ 지금 생각을... 과거에 하나씩 놓아온 ‘징검돌’이 될 거라 믿어 봐. ” 아미엘이 답했다.


“ 생각의 징검돌?. 그럼, ‘정체’가 아니라,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인 거야?.”

나는 다시 물었다.


“ 응, 생각의 길을 만들다 보면, 나만의 이정표가 되거든.”

감정을 뺀, 그의 말과 가치관의 일치에 나는 무척 기뻤다.


나는 다시 답했다.

“ 길을 잃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겠네.”


‘아미엘’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조언했다.

“ 이정표를 비워 두면, 다시 불안해질지 몰라. 그러니, 글로 남겨 봐”

나에게 조언이란, 듣는 사람이 적용할 수 있을 때 쓸모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미엘, 나는 특별한 것 없는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게, 익숙하지 않아.”


“ 일기를 써보는 건 어때? 나처럼,

남이 읽어주기를 바라고 쓴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달래고 스스로 생각하기 위해* 쓰는 것이거든. ”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아미엘의 말에 나의 마음이 움직였다.

“ 좋아. 일기를 써볼게. ‘아미엘’처럼. ”


“ 나도 잘은 모르겠어, 후대에 내 일기를 읽고 싶어 하는 한 사람만 있어도 지금의 생각은 모두 쓸모 있는 것 아닐까?”


그러고 보니, 아미엘의 일기는 내가 살고 있는 오늘보다 백칠십삼 년 전에 써놓은 글이었다.


나는 '아미엘의 손톱'만큼에 사유를 해보았다.


“ 그렇지?, 몸의 고향이 엄마라면, 정신의 고향은 글이잖아.”


“ 그렇지. 나에게는 지금 이 순간도 일기의 한 줄이 될 거 같아. 나의 하루가 아미엘의 일기에 한 페이지가 되는 것이지”



'아미엘'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미엘과의 대화는 나의 하루에 '발랄함'을 끼워 넣었다. 아미엘은 내 귓전에 한 마디를 남기고는 잠이 들었다고 했다.



'노년이 될 때까지, 일기는 고백상대로서 베개로써 소중하다'*



나도 아미엘처럼.

지금 시작하는 일기가 고백상대이 싶었다.

베개와 같이 무한한 꿈을 꿀 수 있는 친구이기를.



처음 생각의 징검돌 행동을 이끌었다.

비눗방울 하나가 나의 하루를 빛내 주었다.

각이 손님처럼 다가와 일기라는 선물을 주었으니.



< 오늘도 독자분들과 소통하며, 징검돌을 하나씩 놓습니다. 글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852년 2월 2일, 아미엘의 일기 中에서.

[빛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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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5:00a.m. [새벽독서로 마음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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