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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작가가: 카잔차키스 7

by 빛작

나는 언젠가 아토스 산에서 만났던 고행자가 생각났다. 그는 포플러 잎사귀를 햇빛에 비춰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나는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물었다.


'잎사귀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눈물을 흘리십니까?'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가 보입니다.'


그가 대답했다. 그러더니 그는 잎사귀를 뒤집어보고는 기쁨으로 얼굴이 밝아졌다.


'지금은 무엇이 보이기에 그렇게 기뻐하십니까?'

내가 물었다.


'부활한 그리스도가 보여요.'


만일 작가가 자신의 고뇌와 희망뿐 아니라 우주 전체의, 그리고 세상에서 지극히 하찮은 존재인 곤충이나 조가비나 물한방울의 고뇌와 희망도 그렇게 보이기만 한다면! 그리고


심장이 고동칠 때마다 십자가에 못박힌 인간과 부활한 인간을 보고,

개미와 별과 유령과 사상이 모두 우리들과 같은 모체에서 태어났음을 깨닫고,

우리들이 눈을 떠서 모두가 하나임을 보게 되어

구원의 날이 오기를 바라며

모두가 괴로움에 다같이 시달린다는 사실을 깨닫게만 된다면!


영혼의 자서전- 카잔차키스



[모두가 괴로움에 시달린다는 사실]_ 빛작


개미에 빗대는 우리의 삶은

작은 연민에서 시작된다.

고통을 막는 존재

먹이를 찾는 생명

크기를 키우는 개체

원초적 기가 몸집을 불리면

부분은 자기유사성을

삶으로 연결된다.


사람에 빗대는 자연의 섭리는

작은 숨에서 출발한다

고통을 극복하는 존재

먹이연쇄를 갖는 하나의 계

전체를 아우르는

밀접한 관계가 몸으로 작용하면

부분은 자기독립성을

삶을 살아낸다.


별에 빗대는 우주의 이치는

작은 먼지 맡겨진다

충돌을 감수하는

입자가 폭발하는

중력을 키워가는 동안

필수적 인과가 몸으로 스며들면

부분은 신비스러움을 띤채

생애를 이어간다


본 브런치북 '빛나는 문장들'은 인문학 서에서 발췌한 글귀와 저의 짧은 글을 담고 있습니다.

글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빛작 연재]

화 5:00a.m. [빛나는 문장들]

수 5:00a.m. [자연이 너그러울 때 우리는 풍요롭다]

목 5:00a.m. [빛나는 문장들]

토 5:00a.m. [아미엘과 함께 쓰는 일기]

#카잔차키스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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