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자서전
[다른 길은 없다}
나 한 개인의 삶은 오직 나에게만 지극히 상대적인 약간의 가치를 지닌다.
그 삶에서 내가 인정하는 가치라고는 그것이 지닌 힘과 끈질긴 인내심에 의존하여,
내 나름대로 <크레타의 경지>라고 이름 지은 가장 높은 정상에 다다르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려는 노력이다.
그러므로 독자여,
그대는 이 지면에서 내 핏방울들이 남긴 붉은 자취를,
인간과 정열과 사상을 찾아다닌 내 여로의 자취를 찾게 될 것이다.
인간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모든 인간은 십자가를 지고 그의 골고타를 오른다.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두 걸음 나아가다가 여로의 중간에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지기 때문에 골고타의 정상에, 그러니까 의무의 정상에 이르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하여 다른 자들의 영혼을 구원하지 못한다.
십자가의 처형이 두려워 그들은 마음이 약해지고 부활에로의 길이 십자가뿐임을 모른다.
다른 길은 없다.
영혼의 자서전 - 니코스 카잔차키스
[자갈의 숨] _ 빛작
자갈들이 드러누웠다.
궁전이 보이는 호화로운 자연 위에
오래전 빚어진 황톳빛 산물로
풍화의 한숨과 해빙의 눈물을 머금은
자갈들이 숨을 쉬고 있다.
자갈들이 모여들었다.
철도를 붙드는 조화로운 질서 속에
오래된 인내의 강철빛 닮음으로
피땀이 뒤섞인 분진의 역사를 품은
자갈들이 숨을 고르고 있다.
채석공들이 모여들었다.
노물*을 지키던 위엄한 자취 뒤에
오래된 문명의 희망빛 고통으로
핏방울이 가치 없는 그림자를 드리운
자갈들이 숨을 참고 있다.
자갈들은 소리쳤다
의무의 정상에 오르는 한 걸음 한 걸음
오래전 마야의 정열과 사상으로
부활할 수 있는 길을 지키는
영혼을 불어넣어 달라고.
<크레타섬 크노소스 궁전>
본 브런치북 '빛나는 문장들'은 인문학 서에서 발췌한 글귀를 읽고, 필자의 감상을 시로 담아 가는 공간입니다.
글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크레타 섬 크노소스 궁전 사진, 트립닷컴.
* 노물: 2013년 벨리즈에서 마야 유적지를 파괴하여 자갈을 얻으려는 일이 벌어졌다. 벨리즈는 중앙아메리카의 카리브해 연안에 위치한 독립국이며, 멕시코, 과테말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곳에 노물 유적지(2300년 전 마야 문명)가 있다.
[빛작 연재]
화 5:00a.m. [빛나는 문장들]
수 5:00a.m. [자연이 너그러울 때 우리는 풍요롭다]
목 5:00a.m. [빛나는 문장들]
토 5:00a.m. [아미엘과 함께 쓰는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