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雲山 최순자. 심호흡으로 감정조절을.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4. 11. 5.
지난 10월 20일 일요일 이른 아침에 노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들린 듯하다가 끊겼다. 내가 전화를 걸었다. 한참 만에 노모는 “아야, 다리 이제 못 쓰겠다.”라고 하신다. 나는 거리가 있어 도착까지 서너 시간이 걸린다. 가까이 사는 동생에게 연락했다. 바로 가서 상황을 살핀 동생이 전한다. 냉장고 문을 열고 뭔가를 꺼내려다가 넘어지셔 다리를 다치셨다고 한다.
사고가 난 날은 일요일이라 병원에는 가지 못하고 냉찜질을 해드렸다. 다음날 병원에 입원했다. 정밀 검사 결과, 왼쪽 고관절 인공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 전날 밤 진통제를 맞은 노모는 아프지 않으니 집에 가겠다고 침대에서 내려왔단다. 간호사가 보호자인 아들에게 연락했다. 연락받은 아들은 새벽 1시경 병원으로 가서 어머니께 상황을 설명했다.
나는 23일 수술 날 아침 병원으로 갔다. 어머니를 만나 왜 수술해야 하는지 다시 말씀드렸다. 내심 불안하셨겠지만 담담함을 보이셨다. 수술할 선생님 사진도 보여드렸다. “부지런하게 보인다.”라고 하셨다. 시간이 되어 어머니는 수술실로 들어가셨고, 30분 정도가 지나자 수술할 선생님이 오셨다. “딸입니다. 어머니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같은 수술 많이 했어요.”라고 하신다.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며 기도했다.
의사 선생님이 들어가신 지 40분이 지나자 나오시며 “잘 되었어요.”라고 하신다. 오후 1시에 수술실에 들어가신 어머니는 3시가 지나자, 마취에서 깨어나 나오셨다. 아무 생각이 없으신 듯 하나 다행히 얼굴은 편안해 보이셨다. 그날 밤은 어머니 침대 옆 간이의자에서 쪽잠을 잤다. 저녁 식사까지 하시는 것을 보고 다음 날 강의가 있어 병원을 나왔다.
다음날 점심시간이 지나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섬망 증상이 있고 감정조절이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수술 전이나 수술 후 며칠간 환자들이 보이는 증상이라고 병원 측에서 설명했다. 나는 병원에서 먼 곳에 있고 바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 동생이 갔다. 간호·간병통합병동이라 간병까지 해주는 곳이나 어머니 증상으로 보호자가 상주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수술 후 나와 동생들이 번갈아 가며 했다. 나도 네 번 어머니 곁에서 자며 며칠간 보살폈다.
어머니가 계신 병동에는 여섯 분이 번갈아 가며 들어오고 나가신다. 간혹 더 젊은 분도 있으나 대부분 80~90대 어르신들이다. 어머니와 같은 연령, 같은 수술을 받고 역시 섬망 증상을 보여 자신의 노모를 보살피는 전직 교사였다는 분이 어머니께 말씀하신다.
“저는 할머니가 이렇게 고우신 분은 처음 봐요. 정말이에요. 구십인데도 어떻게 이렇게 고울 수가 있어요.” 그런 내 어머니는 “어서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영양제는 맞게 해달란다.
통증, 가려움, 식욕 부진, 소화 불량, 변비 등으로 많이 불편하신 듯하다. 노화로 생긴 일들이니 그냥 담담히 받아들였으면 하는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어머니는 지난해 봄에는 오른쪽 고관절 부상으로 다행히 그때는 금이 가서 수술은 안 했고, 입원 치료를 받은 적 있다.
조벽 고려대 석좌교수는 최성애 박사와 ‘HD(인간발달) 행복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심호흡으로 감정조절을 할 수 있음을 전한다. 자신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심호흡 6번(1분), 의자에 앉아 일할 때도 심호흡을 한다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먼저 부모나 교사가 심호흡으로 감정을 조절하고 아이들 감정을 잘 읽어줄 것을 권한다.
외할머니는 시골에서 93세까지 혼자 사셨다. 어느 날 이웃집에서 식사하시다가 “손에 힘이 없다.”라고 하시고 숟가락을 놓고 돌아가셨다. 당신의 엄마처럼 내 어머니도 그러셨으면 한다. 어머니께 심호흡으로 몸을 이완시키고 감정을 조절할 방법을 얘기할 요량이다. 어느 정도 받아들일지 모르겠으나. 내가 먼저 심호흡을 한다. 여섯 남매를 잘 키워주신 구순의 어머니는 이제 자식들이 보살펴 드려야 할 세 살 아이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