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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Nov 18. 2024

어머니 손맛이 빠진 김치와 가을걷이

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雲山 최순자. 어머니 손맛이 빠진 김치와 가을걷이.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4. 11. 18.     


자연의 절기는 입동이 지났다. 곧 소설이다. 본격적 자연생활 3년째이다. 조그만 텃밭과 화단 정리로 겨울 채비를 한다.      


배추는 벌레가 많이 먹어 자신이 없어 심지 못하고 대신 양배추를 심었다. 그리 크지는 않아도 열 포기 정도 수확했다. 텃밭에서 자라던 무를 뽑아 조금 큰 것 5~6개는 신문지에 쌓아 창고에 보관했다. 작은 무와 제대로 크지 않은 무는 뽑아 고추와 새우젓, 밀가루죽, 마늘을 믹서기에 갈아 김치를 담갔다. 한쪽에서 잘 자란 파도 뽑아 파김치와 옆집에서 갓을 뜯어가라 하길래, 웃자란 큰 것은 제외하고 보드라운 갓을 뜯어와 갓김치도 담갔다.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만 만들었다.     


담은 김치와 고구마, 가래떡을 서울 동생네로 보냈다. 택배를 받은 동생이 새 김치를 보니 기쁘다고 했다. 그래도 배추김치가 빠져 내 마음이 그렇듯 아쉬움은 있으리라. 올 추석까지 구순 어머니가 김치를 담가 줬는데, 최근 고관절 수술로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준 김치를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됐다.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잘 따 먹었던 고추도 잎을 따 삶아 고춧잎 반찬을 만들고 뽑아냈다. 다른 해 보다 적게 달렸지만, 그래도 넉넉하게 따먹은 가지도 뽑아냈다. 들깨, 토마토 줄기도 거뒀다. 씨가 달린 부추는 베어냈다. 텃밭에는 파릇파릇 싹이 돋는 마늘과 파, 조금 더 커질까 놔둔 당근, 빨간 무 몇 개만 남아 있다.    

  

공명재를 감쌌던 하얀 구절초가 시들고, 무성한 줄기를 네번에 거쳐 베어냈다. 금계국은 싹을 틔웠으면 하는 곳에 씨를 털고 거뒀다. 아직 싱싱한 몇 그루 남겼다. 곧 추위가 찾아올 터이다. 더 이상 엄마의 김장 맛을 못 보게 된 올겨울 준비는 애써 태연한 척해도 허전한 가슴이 자꾸만 얼굴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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