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서>를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이애나 스펜서에 관한 이야기를 인상 깊게 듣기도 했고, 또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가 그녀의 커리어 최고의 ㅣ연기라는 평이 많았고 또 오스카 후보에도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영화는 다이애나 스펜서의 불행한 삶을 전부 담아내는 게 아니라 크리스마스이브부터 3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3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서 스펜서와 왕가 간의 관계를 그리면서 직, 간접적으로 스펜서가 그동안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왔는가,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이런저런 묘사와 마치 스릴러를 보는 듯한 긴장감 넘치는 연출까지 더해져 스펜서라는 인물의 고통을 생생하게 느끼게 할 수 있었네요. 개인적으로 보면서 제가 다 답답해지고 실제로 숨을 못 쉬겠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만큼 스펜서가 느꼈던 압박감과 고통을 재현하려고 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마치 심리 스릴러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부분이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훌륭한 연기가 더욱더 살려내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영화의 끝에서 결국 스펜서가 나름의 탈출을 감행해 행복한 듯한 마무리가 되는데, 역사는 이미 스펜서의 삶을 전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엔딩이 오히려 마음을 미어지게 만들더군요. 참 씁쓸했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특징과 장점들이 있음에도 아쉬운 점은 꽤나 있는 영화였습니다. 우선 영화의 내러티브는 조금 부족한 편입니다. 스펜서라는 명확한 주인공이 있고, 스펜서에게 압박을 가하는 모든 인물들의 분량은 조연에 가깝게 설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펜서가 압박감만 내내 보여주다 보니 내러티브가 조금은 방황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펜서가 결국에는 탈출을 감행하는 과정이 매끄럽게 설명되지가 않습니다. 물론 이해는 가지만 어째서 이런 확실한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달까요. 앤 불린 등의 요소들을 이용하긴 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샐리 호킨스의 연기는 정말 좋았으나 매기라는 캐릭터를 생각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지는 못했다고 생각이 드네요.
그러나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는 정말 경이로울 정도이고요.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요. 여러 가지 의상들도 너무 이뻐서 좋았습니다. 특히 음악과 의상은 스펜서의 심리를 잘 묘사해 주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좋았던 거 같아요.
하나의 아름다운 새가 어째서 이렇게 갇히고 고통받았는지, 그 압박감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영화였으나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던 작품입니다. 그러나 여러모로 좋은 영화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