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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Jun 25. 2020

스테레오 타입을 인정할 것인가

살다 보니 느껴지는 경향성

부자들의 5가지 공통점
가난한 사람들이 반복하는 실수 3가지 살아가며 꼭 피해야 할 10가지 인간 유형


 요즘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플랫폼에서 폭발적으로 생산되는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위와 같은 형식처럼 특정 유형을 정해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저렇게 특정 유형을 설정하여 주제를 선정하는 데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는 단정적인 제목으로 청중의 호기심을 끌기가 쉽다는 점이고 두 번째 이유는 스테레오 타입, 즉 전형성을 자극하는 것인데 이는 복잡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단순 명쾌한 해답을 제공해주어 속칭 "사이다"같은 느낌을 받게 하여 나의 팬덤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신기하게도 스테레오 타입, 즉 전형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할 때가 많다. 아주 간혹 예외라는 것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마치 자연의 법칙과도 같아서 특별한 규칙성을 내포하고 있다. 혈액형, 성씨, 직업, 성별, 사회적 지위, 교우관계, 관상 등이 바로 이러한 스테레오 타입을 발견하기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


 A형은 소심하다더라로 시작하는 혈액형과 관련된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비롯하여, 최 씨, 강 씨, 황 씨들은 고집이 세더라는 성씨와 관련된 이야기들,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더 법을 지키지 않더라,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더 교육적이지 않더라,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무식하다더라 등 특정 직업군을 싸잡아서 비하하는 식의 이야기,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고 하는 식의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 2020 원더 키디가 출현해도 하나 이상할 것이 없는 최첨단의 시대에도 여전히 통용되며 여기저기 러 다니고 있다.


 러한 일반화 혹은 전형성을, 어떤 이는 복잡한 삶을 살고있는 현대인들이 뇌의 과부하를 방지하며 삶의 단순성을 유지하기 위해, 즉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그물망으로써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간과 함께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이는 이것이 근거 없는 편견에 불과하며 지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퍼뜨리는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사회적 암덩어리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것을 과학 원리와 수학적 규칙성을 포함한 자연법칙에 비유하기도 한다.


 본인은 20대 시절까지는 2번째 의견에 동의했었다. 하여 저런 경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될 때면 항상 다 그런 것은 아니라는 일부 예외의 사례를 가져와 반박하거나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본인의 좁은 경험으로 일반화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지레짐작하곤 했다.


 한데 어찌 된 일인지 나이를 먹어 30대가 넘어가니 이전에는 반박하기 바빴던 경향성, 일반성, 즉 싸잡아 말하는 것에 일정 부분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러한 순간을 마주할 때면 내가 편견이 가득한 사람, 혹은 쉽게 무언가를 일반화해버리며 더 이상 예외에 눈길을 주지 않는 세파에 찌든 중년이 된 것 같이 느껴져서 왠지 모르게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물론 잘못된 스테레오 타입이 머릿속에 한 번 자리를 잡고 들어앉게 되면 그것은 편견이라는 그릇된 그물망을 만들어 본인의 인생에서 걸러내선 안 되는 것들을 걸러내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은연중에 우리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스테레오 타입을 머릿속에 만들어 두고 필요에 따라 그 그물망을 펼쳤다 거두어들였다를 반복하며 삶을 편리하게 살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항상 편견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나의 생각만이 옳다는 아집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세가 중요하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본인만의 틀을 끊임없이 만들었다 부쉈다를 반복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부자와 빈자의 사고방식에 스테레오 타입이 존재한다. 현대 정주영 회장이 했다는 "네가 해봤어?"라는 말은 부자들의 사고방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부를 거머쥔 사람들은 대체로 스스로 무언가에 도전해 결실을 이뤄내었기 때문에 도전정신과 실천력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말 한마디로 그들의 사고 루틴을 예측해 볼 수 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은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경제적 격차의 원인을 사회적인 원인보다는 개인 탓으로 환원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가난한 사람들의 사고방식 역시  일정한 경향성을 띄는 것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부자는 나쁜 짓을 해서 돈을 번 사람이며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는 놀랍도록 다양한 상황과 인종 서로 다른 시기에  살아가는 사람들일지라도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사고 루틴 이라는 점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에서도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단어를 특정한 사람들은 특정한 의미로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빚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에도 부유한 사람이 사용하는 빚이라는 단어와 가난한 사람이 사용하는 빚이라는 어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부유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빚도 재산이라는 말을 한다. 이것은 말 그대로 빚을 이용하여 자산을 증식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언어 패턴이다.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사업을 시작해서 수익을 남기고 자산으로 환원해본 경험이 빚도 자산이라는 말의 탄탄한 근거가 되어준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절대로 빚을 지면 안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이 말하는 빚은 투자나 재테크를 위한 발판이 아니라 생계유지를 위한 빚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활비가 없어 빚을 내어 그달 월세를 내거나 자식의 등록금이 없어 대출을 받는 식이다. 이런 형태의 빚이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의 빚은 무거운 돌덩이를 어깨에 얹는 것과도 같다. 부자와 빈자는 같은 빚이라는 단어 하나를 두고도 이토록 다르게 사용하며 살고 있으니 대화가 통할리 만무하다.


"살다 보니 그렇더라"는 말을 노인들의 푸념 정도로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저 말은 오랜 세월을 통해 체득한 통계에 바탕을 둔 경향성이며  그러한 경향성을 바르게 파악해내는 능력이 곧 연륜이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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