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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Jul 10. 2020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되는 순간

가정에 평화가 옵니다.

부인과 나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아이를 대하는 태도도, 감정에 대처하는 방식도, 희로애락을 느끼는 지점도.


 만난 지 한 달도 채 안돼서 결혼할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 여기저기 "나 이 사람과 결혼할 거야!"라고 외치고 다닐 정도로, 잘 맞고 잘 통하고 흠잡을 곳 없는 천생연분이라는 확신을 가졌었다.

2년간 연애를 하면서 그 마음에 대한 의심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그 흔한 다툼조차 한 번 없었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해서 생활해보니 6개월도 안돼 과연 우리가 비슷한 부분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많은 것들이 달랐던 와중에 옷을 고르는 취향 역시도 완전히 달랐는데, 나는 흰색, 검은색, 회색의 무채색 계열의 심플한 옷을 좋아했다. 색이 들어가더라도 채도가 낮은 어둡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옷을 선호했다. 나와는 정 반대로 부인은 원색의 화려한 옷을 좋아했다. 흰 검 회색은 쳐다도 보지 않았으며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에 무늬와 패턴 장식이 다양하게 들어간 옷을 선호했다.

"이런 옷을 진짜로 입고 다닐 수 있단 말이야?"라는 생각에 연애 초반에는 실제로 만화처럼 입이 딱 벌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취향이라는 것도 서로에게 묻어나는 모양이다. 본래 나의 취향이라는 것이 어떠했는지 때로는 흐릿해질 정도로 상대의 취향이 본디 나의 것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체화되기도 한다.


 진한 핑크색 셔츠와 연한 핑크색 바지, 톤온톤 색감 배열이라 서로 어울린다거나 화사한 색감이 나를 더 밝아 보이게 만든다는 말은 예전의 나였다면 전혀 먹히지 않았을 이야기이다. 소귀에 경 읽기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예전의 나는 저런 말을 흘려버렸을 것이 분명하다.


 데 이제는 그렇게 입더라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오히려 지인들에게

"색이 너무 과한 것 아니야?"

"그런 색의 옷은 어떻게 입고 다니는 것이냐"

라는 등의 말을 들을 때면

'그런가? 이게 그렇게 튀는 색이었던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나는 부인의 취향을 나의 취향과 자연스럽게 섞어버렸다.


 다르다는 것은 곧 갈등의 원인이 된다.

갈등의 해결 방식을 생각하는 것은 두 번째 문제다. 일단 갈등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 최초의 문제다.

취향의 문제로 치부될 정도의 갈등이라면 그것은 갈등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좋다. 그러한 경우라면 타협과 양보가 가능하며 서로를 향한 비판과 비난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갈등은 서로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하기에 더욱 격렬해진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점점 크게 부풀어 오르는 순간 상대방에 대해 이해하려는 태도, 너와 나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노력해 보려는 자세는 가장 먼저 저 멀리 달아나버리고 말 테니까 말이다.


 틀린 상대방을 기어코 맞는 나의 생각대로 고쳐 놓아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면 이런 이유로 결혼 생활이 다소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종속되어버리는 결혼 관계라는 것이 혹시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은 보통의 대등한 관계의 결혼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갈고닦아내야 한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만한 내공은 못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알 것도 같다. 결혼은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 어렵고 조심스럽고 품이 많이 든다.


 결혼식을 치른다고 해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자연스럽게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성우의 노래 '서시'의 가사처럼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되는" 그 순간이 오기까지, 두 사람은 치열한 갈등 조정 과정을 거쳐 내야만 한다. 그 과정을 성공적으로 다루어낸 부부만이 평온함과 따듯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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