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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Jul 27. 2020

내가 모른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이 되지 않도록

나는 우리 부모님이 싸우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초등학생 시절 친구에게 들었던 이 말이 지금까지도 잊히질 않는다. 처음 저 말을 들었을 때, "이 세상엔 유니콘이 존재해"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세상에 없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그 친구를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친구는 아마도 사실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 친구의 이야기를 거짓말이라고 속단버렸다. 


내가 모른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틀 속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 틀이라는 것은 살아가며 쌓아온, 때로는 쌓여온 경험에 따라서 다르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틀을 몸에 지니고 살아간다. 


 그런데 때때로 우리는 타인과 마주하며 서로의 틀로 타인을 가늠하는 순간에, 그 틀이라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 우주와 같이 멀게 느껴져 가끔씩은 타인의 틀을 도무지 나의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용 불능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동물원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어린아이에게 코끼리를 설명하는 일이란 무척이나 어렵다. 인식의 한계는 결국 경험의 가장자리 어디쯤엔가 닿아 있다. 마리 앙투와네뜨가 가난한 백성들에게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한 것도 그녀의 인식이 백성에게 닿아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우리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난한 마을에서 자란 아이는 세상 사람 모두가 가난한 줄 알고, 부유한 마을에서 자란 아이는 세상 사람 모두가 부유한 줄 알고 자라게 된다. 자신의 경험이 디폴트가 되는 것이다. 즉 "내 기준에서"라는 개념이 성장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성장해야 한다.


 성장한다는 것은 내 기준을 끊임없이 깨부수는 과정이다. 기준을 깨부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를 새로운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나, 여행은 스승과 같다는 말이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매우 타당성 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기회를 갖는 일이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과 군대는 그런 의미에서 생각을 깨부숴주훌륭한 교류의 장이 되어 줄 수도 있다. 굳이 따지자면 비슷한 성적과, 전공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모이게 되는 대학보다는 그 어떤 필터링의 과정 없이 불특정한 다수가 이게 되는 군대가, 다양성의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조금은 더 효과적인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와 결이 다른 사람, 나와 뜻이 다른 사람, 나와 기준이 다른 사람, 온통 나와 다른 사람들 틈에서 생활한다는 일은 어찌 보면 매우 괴로운 일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때때로 우리는 나와 다른 것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애써 외면하며 익숙한 곳으로의 회귀를 반복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편한 일이지만 어쩌면 나의 사고와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빼앗는 일인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바라보아야만 무언가에 대해 깊이 있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고,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고,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할지라도 계속해서 온 마음을 다해 바라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오리라고 믿는다. 우리는 어쩌면 매일 새로운 도전 중인지도 모른다.


내가 너를 만나 따듯함 알게 되었듯이

너와 나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에게, 세상은 어쩌면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매일 새로운 것을 깨닫게  주려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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