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나면 서둘러 서평을 쓰고 싶어 진다.
모든 행동은 목적을 향할 때 의미가 있다. 17p
목적이 분명한 사람의 말과 글에는 힘이 있다. 나태주 시인의 딸이자 서울대학교 교수인 나민애 작가는 서평 쓰기를 반드시 잘 가르치고야 말겠다는 확실한 목표의식으로 이 책을 썼다. 그런 그녀의 글에는 한치의 머뭇거림이 없다. 명확한 방법론과 분명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힘 있게 내지르는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어서 빨리 그녀의 가르침을 수행하고 싶어진다.
생각해 보면 내 글은 온통 방황과 머뭇거림 투성이다. 뭐가 맞는지도 모르겠고 이럴 땐 이 것이, 저럴 땐 저 것이 좋아지는 등 기준도 취향도 모두 제멋대로인 글이 많다. 나민애 교수의 말에 의하면 나의 글은 목적이 분명하지 않았던 셈이다. 무엇을 해야겠다는 목적의식 없이 그저 감상에 치우친 글을 나열하고 있었을 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머리에 머문다. 나름의 생각과 고찰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고 생각해 왔지만 목적의식이 없었기에 결국엔 혼란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앞으로의 글은 조금 더 목적의식을 가지고 써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서평은 독후감과 달라서 감상보다는 비평에 중점을 둬야 한다. 비평이라고 하면 나쁜 점을 꼬집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꼭 그런 방식만을 비평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나민애 교수는 책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비판적 서술이며 그것이 비평이라 말한다. 그래서 비평은 단순히 단점을 찾아 지적하는 행위가 아니라 낱낱이 파쇄하여 분해하고 거기서 나름의 의의를 찾아내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비'와 '평' 중에 더욱 본질적인 것은 '평'이라고 말한다. 비판도 평가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즉, 서평이란 비판과 분석의 과정을 거쳐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에는 세 단계가 있다. 첫 번째 단계는 감상을 위한 독서다. 이 수준에서는 특별히 계획할 것이 없다. 그저 편한 마음으로 책을 즐겁게 읽고 느낄 수 있는 것을 느끼면 충분하다. 그다음 단계는 비판적 독서다. 이 수준이 바로 서평을 위한 독서인데 감상보다는 분석과 판단에 중점을 둔 독서가 된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학문의 독서인데 이 수준에서는 감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이론화 작업을 위한 논문 쓰기 작업을 위한 독서가 바로 학문적 독서에 해당된다. 서평은 감상보다는 조금 딱딱해져야 하고 논문보다는 훨씬 말랑해야 한다. 그러니까 분석적이되 약간의 감수성을 곁들여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서평을 쓰기에 앞서 서평의 기본적 구조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서평을 쓸 때 이 구조를 염두에 둔다면 글을 써 나가기 조금 수월할 수 있다.
1. 내 마음이 감동받은 이유 분석하기
2. 그렇게 좋았던 근거를 드러내기
3. 분석과 근거를 바탕으로 책의 장단점 서술하기
4. 내 판단을 신뢰하도록 설득하기
분석에 있어서 가장 좋은 질문은 '왜'와 '어떻게'다. 예를 들어 영화 <기생충>은 왜 우스꽝스러우면서 동시에 슬픈 느낌이 드는 걸까. 어떻게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일까. 나는 이 영화가 굉장히 좋았는데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분석하자면 뭘까. 이런 식으로 자기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이것이 1차 질문지가 된다고 나민애 작가는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감성과 지성을 적절히 결합시키는 것이 좋은 서평을 쓰는 방법이다.
본격적으로 서평을 쓰기에 앞서 100자 리뷰 같은 한 두 줄로 책을 정리하는 단형 서평을 쓰는 습관을 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짧은 한두 줄의 문장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우리는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래서 무엇을 담아야 할지 친절하게 제시한다. 100자 리뷰에 들어가면 좋을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구체적인 자기 경험이나 상황에 대한 제시(예 = 남편을 잃은 60대 할머니입니다.)
2. 그냥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특히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된다'라고 적기
3. 유용성을 내용으로 삼아 책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시도하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토록 친절하게 서평에 대해 '분석' 하고 그것을 낱낱이 해체하여 하나씩 우리 앞에 내어준다. 잘 손질된 재료를 눈앞에 두면 요리를 하고 싶어 지듯, 나민애 교수가 분석하고 해체해 우리 앞에 늘어놓은 서평을 위한 요소와 과정과 형태들을 따라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 좋은 재료들로 서둘러 서평을 한 편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서평이나 보고서를 쓰려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 꼭 서평이나 영화감상문, 보고서 같은 종류의 글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는 무엇이라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분명 들 것이라 확신한다. 나민애 교수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쓰려는 사람들의 친절한 안내자로서 자리매김할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