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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내면의 길

by 문객

송광사 대웅전 앞에 보면

불교를 상징하는 동상 세 개가 아주 귀엽게

돌계단을 지키고 서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는

작은 손으로 눈을 감고 있고

또 하나는 귀를 막고 있고

또 하나는 입을 막고 있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말하는 것이 미덕이고 성공이자 출세의 지름길일 텐데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말라고 합니다.

대웅전 앞을 지나던 아이는 그 모습이 귀여운지

눈을 감았다

귀를 막았다

입을 막습니다.

짧은 놀이가 즐거운지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멀리서 그 풍경을 지켜보던 스님도 살며시

미소를 지으십니다.

가끔은 밖이 아닌 나를 보며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내 마음속에서 전하는 언어의 즐거움을

아이도 알고 있는 듯

풍경소리가 바람의 온기를 채웁니다.


고독은 생의 잠재력을 발휘할 최적의 기회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이가 고독을 느끼기 시작하자마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벗어나려고 합니다. 적막감이 싫어 대화할 사람을 찾거나 TV를 켜고, 인터넷 채팅을 하면서 고독을 외면합니다. 이런 행동은 마치 혼자 문을 나섰다가 주위가 캄캄한 것에 놀라 곧바로 촛불을 찾으러 되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고득을 마주하고 다룰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마음을 돌리세요. 고독을 느끼자마자 기댈 곳을 찾기보다는, 더 깊은 고독 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몸과 마음을 가라앉히면 ‘나’만의 생명의 북소리가 들려올 것입니다. - 『나는 삶이 답답할 때 부처를 읽는다』, 우뤄치 안 저, 정주은 옮김, 알토북스, 2025.





가끔은 말이 없음으로

듣지 않음으로

보지 않음으로

더 큰 마음의 숨결을 맞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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