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지만, 괜찮아!

신입의, 신입에 의한, 신입을 위한 팁

by 오로라

처음으로 회사라는 조직에 들어갈 때를 기억하는가? 떨리고, 어설프고, 두려운, 한편으론 기대되고 흥분되는 "처음"이라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나도 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마지막 잎새처럼 비가 오면 지워질까 바들바들 떨던 회사 내 존재감 제로의 "막내 신입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야 그때를 되돌아보면 이불 킥할만한 에피소드들이 많지만, 아쉬움보다는 그래도 잘 지나왔다고 자위하고 싶다-그래야만 마음이 덜 불편하다-. 지금도 현장에서 긴장과 불안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을 신입 사원분들께 "괜찮다"는 응원의 말을 전하며, 한 줄기 광명을 찾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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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나만 불편하다.

회사를 처음 들어가면, 대규모 공채를 하는 대기업이 아니면 나 혼자, 아니면 소수의 몇 명과 입사-그마저도 같은 팀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를 같이 하게 된다. 신입으로 입사를 하면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 속한 환경, 처음 접한 업무로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하며, 불편하다. 나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보다 회사에 먼저 들어와서 일이나 동료들과도 이미 익숙해져 있고, 마치 백전노장처럼 배테랑들만 가득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나의 이 부자연스러움은 매우 당연한 감촉이지만, 기존의 동료들 입장에서는 내 존재가 나의 익숙한 공간에 새로운 점하나 찍히는 정도의 임팩트이다. 그 말인 즉, 새로운 관계 구축이 필요한 신입 시절에 상대방들이 나보다 훨씬 나에 대해 편한 상태라면, 내가 관계를 만들어가기가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다른 표현으로 재해석해보자면, 불편한 느낌은 나만 가지고 있으므로 나의 불편함에 집중하기보다는, 나를 더 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마음 편한(?)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면 의외로 내 존재는 쉽게 받아들여진다.

궁금한 것도 많고, 적응해야 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먼저 말을 걸어보자. 초등학교 갓 입학한 신입생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선배님들의 지혜와 경험에 대해서 정중하게 요청해보자. 선배님들의 "라떼" 이야기는 대게 3박 4일 치 정도는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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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바쁜 건 상사지 내가 아니다.

신입으로 회사에 입사하면 모르는 것투성이다. 나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동료가 나에게 정답을 이야기해줄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늘 엄청나게 바빠 보인다. 바쁠 뿐 아니라 본인 업무에 고도로 집중하고 있어 차마 내가 그것을 깨트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나는 지금 잘 모르거나 애매한 지점에서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잘 아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야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면, 답은 하나다. 질문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눈치가 보인다. 내가 말을 걸면 화를 낼 것만 같다. 나를 미워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무섭다. 그 심정이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바쁜 건 내가 아니다. 그리고 다소 언짢은 얼굴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그건 그 사람의 감정이지 나와는 하등 상관이 없다.

다른 측면에서, 내 사수나 상사는 아무리 바쁘고 뭔지 모를 업무에 몰두해 있더라도 나의 물음에는 언제든지 대답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얻고자 하는 것-내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게 어떤 상황이든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내 사수나 상사를 도우는 일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그리고 필요한 때에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최악의 상황은 질문하지 않고 혼자서 추측과 눈치라는 기적의 논리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못하거나,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냈을 때이다. 그때 다시 바로잡는 것은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만드는 것이므로 자신의 태스크를 실수 없이 완수하기 위한 적극적인 소통에는 스스럼이 없어야 한다.

물론 소통에 몇 가지 스킬은 필요하다.

알고 싶은 내용을 내가 먼저 조사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체크한다. 최대한 가능한 부분을 하되 그것으로 너무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약속한 기한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해서는 안된다.

질문하고 싶을 때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시간 괜찮으신가요?"라고 먼저 물어본다. 그러면 지금 시간을 내거나,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준다.

질문은 "이게 뭐예요?"와 같은 1차원적인 질문이 아니라 다면적으로 해야 한다. 즉, 자신이 궁금한 점과 그것을 알려고 하는 목적,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문하러 오기 전에 해봤던 노력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좋다.

질문을 잘할수록 더 유효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질문의 횟수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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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나는 "당분간은" 무엇이든 용서받는 존재이다.

입사 초기 회사에서 나에 대한 기대치는 0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 어설픈 시기에 할 수 있는 실수와 시행착오는 많이 할수록 좋다. 이 시기에는 무엇을 물어봐도, 어떤 행동을 해도 "대부분" 용서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아직 잘 모르는" 서툰 존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물론 실수에 대해서 관대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되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개선해 나가면 된다. 다음번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세우기를 권장한다.

자꾸 까먹는다면 포스트잇에 써서 모니터 옆에 붙여두며 계속 상기시키자.

학창 시절 오답 노트처럼 실수한 내용과 해결 방법을 정리하여 업무 가이드북을 스스로 만들자. 먼 훗날 내 후임이 생겼을 때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그리고 2번 이상 같은 실수나 피드백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

질문에 관해서는 이런 것까지 물어봐도 되나 싶을 정도의 것까지도 물어보라. 침묵으로 이 시기를 보내어 나중에 기초적인 것도 몰라 곤란을 겪을 바에는 당장 핀잔을 좀 듣더라도 일단 알고 넘어가는 것이 결국엔 나와 내 동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입으로써의 시기-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라고 가정했을 때-가 지나면 "아직 이것도 모르냐?"가 시전 되기 때문에 신입 기간 중에 알아야 할 기본적인 것들을 잘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고, 가르침을 받아라. 스스로 요청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고, 무엇 때문에 곤란해하고 있는지를 궁예가 아닌 이상 내 동료들도 알 길이 없고, 도와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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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나는 학생이 아니라 회사원이다.

학생이든 회사원이든 처음 시작할 때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 규칙, 스킬 등을 배우는 단계가 있는데 이 둘의 차이를 확실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학생은 돈을 내고 배우고, 회사원은 돈을 받으면서 배운다는 사실이다. 신입 사원이 한 사람의 몫을 해내기까지 필요한 업무 인수인계나 업무 가이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나의 사수나 상사가 토털 케어 패키지로 나를 관리해줄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내가 입사한 목적은 내가 "잘 배우겠다."가 아니라, "나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겠다."이기 때문에 누군가 나를 잘 가르치고 못 가르치는 것에 너무 집중할 필요가 없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어떤 것들을 배우고 깨달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심지어 사수가 없을 수도 있고, 있다가도 금방 퇴사해버리는 경우도 있으며, 대표님이나 팀장님이 사수 역할을 해주시는 경우도 있다. 환경에 따라 나는 디테일한 케어를 받을 수도, 전쟁 같은 업계에 나 홀로 떨궈질 수도 있다. 회사의 프로세스가 부족하고 사수의 가르침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겨지는가? 환경 때문에 내가 잘 못 배워서 일이 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실제로 그럴 수 있지만, 그 환경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겸허히 받아들여라. 그리고 내 신세를 한탄하기보다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찾는 것도 방법이다.

나에게 업무 지시를 하거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내 조직의 장을 찾아보자. 그 사람이 팀장, 부장, 과장, 차장 중에 있는지 아니면 대표이사일 수도 있다.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물어보자.

내가 하는 일과 밀접한 연결 고리가 있는 담당자들을 찾아보라. 내 업무 상 협력해야 하는 팀의 담당자, 협력 회사의 담당자들에게 과거 히스토리에 대해 물어보고 관련 자료를 공유받자.

그리고 내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들에게 요청하고 자문을 구하자.

나의 사수나 상사는 나의 "동료"이다. 나의 선생님은 아니며 가르치는 일이 본업도 아니다. 따라서, "일을 배우러 왔어요!"라는 수용적이지만 수동적인 자세보다는 "빨리 배워서 힘이 되는 동료가 될게요!"라는 마인드셋이 훨씬 더 신입 기간을 단축시키는 기본 바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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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나는 빛과 소금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은 신입을 회사에서는 왜 채용하는 것일까? 기업의 규모나 사업 내용, 조직의 방향성 등에 따라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아래 4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경력보다 신입이 더 포지션에 맞는 경우 : 신 사업이거나 MZ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등의 명확한 목적성이 있는 사업

조직 내 구성 상 기존 멤버를 더욱 상위로 올리고 싶은 경우 : 기존 멤버가 상위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생기는 공백을 신입이 메워주는 형태

많은 수의 인력이 필요한 경우 : 경력 채용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신입과 적절히 채용

온보딩(On boarding ; 회사 문화를 익히고 적응하도록 하는 것)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경우 : 대기업의 신입 공채가 주로 해당

따라서, 우리 회사는 어떤 이유로 신입을 채용했으며 어떠한 기대를 하고 있을까에 대해서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신입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야 하는데, 베테랑 선배들이 자신의 업무도 잘 수행하면서 신입을 위한 시간과 노력을 병행하는 어려움을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명심해야 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회사나 조직의 필요"에 의해 채용되었기 때문에 내가 처음에는 당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라고 해도 상관없다. 누구나 미운 오리 새끼 시절은 있는 법이므로 자존감이 낮아질 필요는 없다. 내가 지금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회사에서도 신입에게 회사의 명운을 맡기거나 많은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로는 내가 지금만 잘 못하지 조만간-6개월에서 1년 이내- 1인분의 몫을 해내는 시점이 올 것이고, 그때는 선배님들의 노고에 보답하며 내 존재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 지금이 아닐 뿐이다. 내 사수도 그걸 알고 있어 꾹 참고 나를 열심히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다. 선배님들, 파이팅!

세 번째로는 내가 해낼 수 있고,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나는 내 동료들과 사수, 상사, 회사에 걸림돌이 아니라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믿고 이 시기를 지나가야 한다. 나로 인해 내 사수가 더 중요하고 어려운 일에 집중할 수 있고, 나로 인해 우리 팀이나 프로젝트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신입"의 역할로써는 충분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요즘은 1인 기업, 퍼스널 브랜딩 시대이다보니 직장인들은 마치 도전적이지 않거나 꿈이 없는 사람들처럼 비춰질 때가 있다. 10년 이상 여러 직장을 경험한 나로써는 직장에서도 얼마든지 내 커리어와 내 스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고 그것이 자양분이 되어 나라는 사람의 브랜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히려 회사라는 조직을 경험하고 그 곳에서 안정적으로 자신의 인사이트와 역량을 키울 수 있다면, 돈 벌면서 성장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하루 24시간 중 최소 9시간 이상-점심 시간 포함-을 직장에서 보낸다고 생각하면, 이 직장은 행복해야만 한다. 직장에 있지 않은 시간만 행복하다고 해서 내가 행복해지지 않는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스스로 의미있고 보람있고 성취감 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나의 성장과 스토리는 자연스레 만들어지고 그것이 곧 내 자산이 될 것이다.

직장인의 세계에 오신 신입 여러분을 열렬히 환영하며, 신입 기간을 잘 보내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