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님과 첫 미팅

by 이면

2024년 끝자락. 일생일대 중요한 약속이었다.


미팅 전에 D 교수님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분위기가 조금만 더 호의적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불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전에 독일에서 박사를 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지만, 돌아온 답장은 이랬다.


“정말 흥미로운 연구 주제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박사를 받을 자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D 교수님은 나와 미팅을 하려 했다. 왜일까? 나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의문을 파기엔 간절함이 앞섰다. ‘정말 흥미로운 연구’라는 말에 온 마음이 쏠렸고, 그 뒤의 ‘안타깝게도…’라는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원하는 삶은 누군가의 평가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태도가 아니던가. 여하튼, 미팅을 기다리며 2주 내내 발표 준비에 전력을 다했다. 5장에 가까운 발표 자료를 고치고 또 고쳤다. 준비한 PPT는 20장을 훌쩍 넘었다. 독일과 한국의 시차를 맞추느라 날짜와 시간을 수백 번은 더 확인했다. 그렇게 1월 초, D 교수님과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미팅 하루 전.


가족과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와 휴대폰을 확인했다. 아웃룩 메일함에는 읽지 않은 메일이 몇 개 와 있었다. 메일을 확인하는 그 순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쫙 돋았다. 심지어는 시간까지 멈춘 것만 같았다.


하나는 “미팅에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내용. 그리고, 그 위에 쌓인 내용.


“Hi, I’m in the Zoom now.”
줌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뭐야…?’



‘나 지금 미팅에 늦은 거야?!‘

온몸이 굳어 떨리는 눈동자 외에 움직이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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