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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Nov 01. 2024

애꾸눈 장군의 초상화

어느 선배가 모아 둔 글에

애꾸눈 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핵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해서 소개해 본다.


초상화를 멋지게 그리고 싶었던 애꾸눈 장군은

실력 있는 화가들을 불러 모아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하지만,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애꾸눈을 있는 그대로 그린 게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사실과 달리 눈을 멀쩡하게 그린 것도 싫었다.

누구는 애꾸눈을 작게도 그려보고,

누구는 희미하게도 그려봤지만 오히려 더 이상했다.


애꾸눈 장군이 실망감에 빠져 있을 때

어느 변두리의 화가가 나타나

자기도 한 번 그려보겠다고 나섰다.


변두리 화가의 그림이 완성되자

애꾸눈 장군은 그제야 크게 만족해했다.


변두리 화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애꾸눈은 보이지 않게 그렸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멀쩡한 눈이 있는 쪽의 옆얼굴을 그렸기 때문이다.


평소 단발의 오~!라는 영혼 없는 리액션을 주로 하는

회사 동생 미정이가 이전 글의 버거킹 광고 이야기에서

4 연발의 오~! 를 터뜨렸다면, 이번 이야기에서는

오~~~~~~~~!!!! 라며 길게 내뽑는 동공 확장형 리액션을 했다.

그래서 이 이야기도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내가 주목한 건

변두리 화가의 남다른 발상에서 나온 기발한 재치가 아니라

남다른 발상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변두리 화가가 남다른 발상으로

애꾸눈 장군의 마음에 들게 그릴 수 있었던 건

다른 화가들의 실패 덕분이라 생각했다.


장군 마음에 들기에 실패한 그림들을 보면서

장군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실패한 그림들의 유형들을 빼고 생각하다 보니

다른 생각으로 접근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실패가 아니라 안 되는 방법을 알았다는 에디슨의 말처럼

실패는 안 되는 방법을 공부해서 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이렇게 해보고 안되면 저렇게 해보고

이거 해보고 안되면 저거 해보는 방법은

언뜻 미련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탁월한 방법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시도와 실패는 포위망을 좁혀가듯 접근하여

확률을 점점 높여가며 성공에 이르는, 

이룸의 동선을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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