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올여름 무더위 탈출기
찜통더위에 팥죽 같은 땀으로 목욕한 어느 날,
늘 걷던 하천길도 숨이 턱까지 차 오른다.
한낮의 햇빛은 머리부터 등을 타고 내려와
몇 걸음만 걸어도 온몸이 땀에 흠뻑 젖고 만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 무더위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즐기기로.
하천을 따라 걷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유리벽 너머의 수영장.
그곳은 수영뿐 아니라 헬스, 요가, 필라테스,
그리고 해수온천탕까지 함께 갖춘 복합 스포츠 공간이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이끌렸다.
등록을 마치고, 그날부터 새로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
이곳은 벌써 하루를 여는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어르신들이 많다.
아침 인사부터 나누고,
서로 등을 내어주며 부황을 떠주는 모습은
그 자체로 소소한 정이 오가는 풍경이다.
“어르신, 오늘도 어깨 아프세요?”
“어제보다 낫지, 근데 아직 쑤셔.”
탕 가장자리에 빙 둘러앉아
온탕의 따뜻한 물속에서 담소를 나누고,
어느 순간엔 냉탕으로 퐁당 들어가
차가움 속에서 웃음을 나눈다.
그 속에 나도 조금씩 녹아든다.
수영장에서 자주 마주치던 어르신 한 분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수영도 좋지만, 탕에서 몸 잘 풀면
훨씬 통증이 덜해요.
특히 저기,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 있지요?
그거 어깨에 맞아봐요.
진짜 시원해.”
처음엔 머뭇거렸다.
하지만 어깨가 뻐근한 날,
말씀대로 폭포수 아래로 들어가 보았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기둥이 어깨를 쾅쾅 두드렸다.
누군가 온 힘을 다해 안마를 해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찬물의 기세에 피로가 밀려나고,
굳어 있던 근육들이 하나둘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 이후, 수영 전후로 탕에서 머무는 시간이
이 여름의 가장 시원하고 평화로운 피난처가 되었다.
온탕에 몸을 담그면
속 깊은 곳까지 따뜻함이 퍼진다.
그러다 냉탕에 들어가면
정신이 번쩍 든다.
그 차가움이 오히려 생기를 불어넣는다.
뜨거움과 차가움 사이를 오가며
몸은 유연해지고, 마음은 맑아진다.
그 짧은 사이,
걱정도, 피로도, 더위도
하나둘 흘러내린다.
누군가는 바다로, 누군가는 산으로 떠나지만
나는 이곳에서
나만의 여름 피서를 찾았다.
올여름,
무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괜찮다.
수영장과 냉온탕,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도란도란 나누는 정겨운 이야기들.
그 사이사이에 여름은 흐르고,
그 속에서 나는 쉼을 배운다.
시원함과 따뜻함을 오가며
삶의 균형을 익혀간다.
올여름 무더위쯤은,
그저 웃으며 훌훌 날려 보내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