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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무암 Dec 03. 2023

문단속 연습

잠결에 어렴풋이 인기척이 느껴진다. 누군가 내 집에 있다. 아무도 초대한 적 없는데 대체 누가 온 거지? 집이 지금 너무 더러워서 누굴 맞이할 상태가 아닌데. 달그락달그락, 윙 윙. 불안하다.

“깼어? 조용히 하려고 했는데 미안. 엄마가 먹을 것 좀 싸와서 냉장고에 넣고 있었어.”

그리고 말없이 청소하는 아빠.

어떻게 들어온 걸까.

“나가! 누가 오라 그랬어! 왜 마음대로 들어오고 난리야! 왜!! 대체 왜 그러는데! 나가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 보면 잠에서 깬다. 꿈이다.


자주 꾸는 꿈이다. 앞의 서사는 다양하더라도 끝은 항상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절대 맞이하고 싶지 않은 가족이 멋대로 내 집에 와서 내 공간을 헤집고 있는 꿈.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눈을 뜬다.


방이 세 칸 있던 본가의 방문은 필요할 때만 닫혔다. 내 방뿐만 아니라 언니, 아빠 방 모두. 아마, 옷 갈아입을 때 정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부터 너무나 당연한 일이어서 나는 문을 닫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거실에서 자고 생활하는 엄마에게 나의 모든 순간이 노출되어 있었다. 엄마가 나를 독립된 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나 보다.


나는 이제 내 집의 현관문을 단단히 잠글 수 있다고 마인드 컨트롤 해야 한다. 내가 원하지 않으면 누구도 내 영역에 들어올 수 없다고.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미 해낸 물리적 독립을 마음속에서도 해내야 한다. 더는 이 꿈을 꾸지 않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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