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한 한 사람이 발이 세 개 달린 삼각형 지팡이에 의지해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가 횡단 보도의 중간까지 오기에 한참의 시간이 남았지만, 반대편 차선에서 오던 차가 멈춰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뒤에선 차도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그가 건너야 할 길이 건너온 길보다 훨씬 짧아질 때까지 그 교차로를 지켜봤다. 이쯤이면 무사히 건너시겠다고 생각하며 돌아서 걸어가다가 말했다.
“세상 아직 살만하네.”
흔히 쓰는 말이지만 내가 한 적이 없었는지, 아니면 대체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서인지 모르지만 ‘살만하네.'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이 어색했다. 그럼에도 문장을 끝까지 말했고, 괜히 혼자서 놀라 멈춰 섰다. 온 세상이 듣도록 외친 것도 아닌데 무엇이 이렇게 큰일처럼 느껴진 건지. 지팡이에 기대어 서 있는 그의 모습이 마치 내 마음 같았을까. 내 마음이 짚고 있는 지팡이가 무엇인지 자주 헷갈렸던 것을 들켰을까 봐 놀란걸까. 한 걸음 한 걸음 더없이 조심스럽게 내딛는 그 모습이 나와 같다고 생각했을까.
며칠 뒤 같은 교차로에서 그 사람을 다시 마주쳤다. 이번에는 길을 다 건너 바로 앞에 있던 상가 건물 문턱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마도 매일 그 시간에 그곳을 지나시는 듯한데,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는 것을 보면서 운동을 나오신 건지 도움을 받을 사정이 안 되는 건지 여러 생각이 스치다가 그저 저 지팡이가 튼튼하기를 바라는 것에서 멈췄다. 무심한 행인으로 지나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