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글방(4/29) : 신뢰
단단한 믿음은 과연 존재할까? 단단히 믿고 싶어 애쓰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여지는 바위에 스며든 물과 같아서 너와 나의 관계에 추운 겨울이 오면 우리 사이의 신뢰를 쉽게도 깨버리고 만다. 물이 절대 스며들 수 없는 바위가 있을까? 깨진 바위 조각들을 모아 흙을 덕지덕지 바르고 뭉쳐서 전보다 조금 약한 어떤 것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약해도 좀 봐주고, 가끔 좋은 마음이 나면 흙을 조금 더 가져다가 부어보기도 하고 말이지. 어느 순간 그 덩어리에서 나무 한 그루가 자라서 단단한 뿌리로 그것을 꽉 잡아주면 좋겠다. 그러면 그 옆에 이끼나, 들꽃이 모여들지도. 단단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느 날에는 푸르렀다가 잠시 시들기도 하고, 하지만 결국 다시 푸르게 피어날 거라 믿을 수 있는 그런 것이 되면 좋겠다. 그때는 정말 믿고 기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