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무암 Jul 09. 2024

두려움을 이기는 ‘우리’

2022년 어느 날 기후 불안을 겪어내던 이야기

기후변화 연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의 연구 결과에 따른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를 보면 부산에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이 침수 예상 지역으로 나온다. 사실, 우리 동네의 온천천 가까이에 있는 아파트들은 최근 몇 년간 자주 침수 피해를 입었다. 하천의 범람은 그전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주변 아파트 지하 주차장까지 침수되는 일이 잦아졌다. 지금은 본가가 지대가 조금 더 높은 곳에 있어 침수 피해를 직접적으로 당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차단된 도로를 피해 이동할 때 가족들이 꽤 불편을 겪고 있다. 8년 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되겠지. 우리 집이 1층이 아니니까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도시의 오래된 배수시스템이 해수면 상승과 늘어난 강수량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 번 침수가 된 지역은 복구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영상에는 인천국제공항이 완전히 잠기는 모습도 나온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해안가 지역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을 겪는다는 것이다.


나와 우리 가족은 어디로 이주해야 할까? 어디까지 옮겨가야 안전할까?


예상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역대급 강수량으로 폭우가 내렸던 서울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거주지를 잃었다. 그다음은 힌남노였다. 어느 때보다도 태풍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었지만 포항과 경주 등 영남지역에서 큰 피해를 보았다. — 수도권 지역만큼 피해가 컸지만 언론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다뤄지지 않는 모습을 보며 지역 간 차별을 느낄 수 있었다. — 지금 나는 반지하나 1층에 살지 않아서 당장 죽을 위기를 모면했지만, 계속해서 그 위기를 피할 수 있을까? 수년 내 마주할 힘겨운 상황을 생각하며 두려워질 때는 잠드는 것이 쉽지 않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며칠 동안 이어지면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지금의 편안함을 떠올린다. 적어도 지금은 나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의 소득이 있고, 2년마다 이사를 해도 오늘 하루 편안히 잠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읽고 싶은 책을 사고, 동물의 사체를 배제한 맛있는 끼니를 준비하며 지낸다.


그리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떠올린다.


기후 위기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여러 사람과 모여 함께 공부하고, 자꾸만 탄소중립으로부터 멀어지는 정책들을 규탄하기 위해 목소리를 모은다. 그리고 매달 정기 쓰줍모임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쓰레기를 줍는다. 지금의 기후 위기가 인간이 자연을 착취한 결과이고 그 결과 우리의 생존이 경각에 달렸다고 설명하며, 한 명이라도 더 기후 위기에 대해 같이 인식할 수 있도록 다가가 본다.


기후 위기 대처보다는 경제성장이 중요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충분히 크지 않고 쉽게 묻혀버리더라도, 다 같이 모여서 주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힘을 얻는다. ‘나 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니까 서로를 다독이고 북돋아 주며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 어디에선가 두려움에 잠 못 이루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다 그래도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