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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강가에서

58년 개띠

by 이성룡

58년 개띠

이성룡


58년 개띠를 아느냐?


전쟁 후 폐허 위에서

재건 운동에 배곯고 매 맞으며

일천 불 만들어 보겠다고

새마을운동에 끌려다니다가

일만 불의 장벽을 뛰어넘긴

너희가

58년 개띠를 아느냐?


독재에 맞서 아스팔트 위에서

화염병 들고 물대포 최루탄 맞으며

민주화된 나라 만들어 보겠다고

자식들만큼은 선진국에 살게 하겠다고

물불 안 가리고 일에 매달려

삼만 불을 훌쩍 넘겨버린

너희가

58년 개띠를 아느냐?


월드컵 4강에 들고

한류가 전 세계로 흐르니

어느덧 꼰대가 되어 구석으로 밀려났지만

11월의 자작나무처럼

마음에 스며드는 한기에도

한여름 키워낸 나뭇잎 내려놓는다.

알아서 서산 고갯길 넘고 있으니

재촉일랑 하지 마라.

너희가 진정

58년 개띠를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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