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혼자 떠난 스페인 빌바오

두려움과 설렘이 부딪혀, 용기가 되었다

by 양수경

나이 60, 혼자 떠나는 용기


혼자 여행을 준비하는 데는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누군가와 함께 라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과정들이, 혼자가 되자 낯설고 때로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이번 여행은 내 인생의 첫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빌바오를 꿈꿔왔다.

특히 그곳의 상징 같은 구겐하임 미술관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은 내 안에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망설임 끝에 항공편을 검색하고, 숙소를 예약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비행시간은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편안한 시간을 골랐지만, 생각보다 항공권은 비쌌고

숙소 역시 저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술관 바로 옆, 편리한 위치의 호텔을 선택했다.


“이번만큼은 두려움을 돈으로라도 막아내고, 편안하게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을 하자.”

그것이 나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두려움과 기대가 함께할 때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 마음은 복잡한 감정들로 가득했다.

낯선 환경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불안,

그리고 혼자라서 혹시 너무 외롭거나 우울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오랫동안 꿈꿔온 곳에 발을 내딛는 설렘이 있었고,

미술관과 도시의 풍경이 내 삶에 새로운 영감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져갔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성장을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불안은 늘 따라오지만, 그것은 우리를 멈추게 하는 적이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이를 ‘촉진적 긴장(facilitative tension)’이라고 부른다.

내가 경험한 두려움과 설렘 역시 결국 나를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되고 있었다.



“나는 왜 이 여행을 지금, 혼자 떠나고 싶었을까?”


돌아보니, 그것은 단순히 관광을 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

사실 내 안의 용기를 다시 확인하고 싶었고,

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더 흘러 영영 해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무모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낯선 길 위에서 풍경을 마주하며, 동시에 나 자신을 더 깊이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여행은 결국 낯선 땅에서의 경험만이 아니라,

그 여정 속에서 진짜로 마주하게 되는 건 바로 ‘내 안의 나’라는 것을,

이 번 빌바오 여정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혼자여서 누린 자유


혼자 떠났기에 누릴 수 있었던 유익도 있었다.

무엇보다 시간과 공간을 오롯이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였다.


빌바오에서 머무는 동안, 나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다양한 시간대에 찾아갔다.

첫날은 호텔 발코니에서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미술관을 멀리 바라보았다.

둘째 날에는 하루 종일 입장권을 들고 실내와 외부 전시를 돌아다니며 차갑고도 고요한 은빛의 건축미에 몰입했다.

셋째 날 저녁에는 석양에 물든 황금빛 미술관을 바라보며 마치 또 다른 건물과 마주한 듯 새로운 감동을 느꼈다.

넷째 날에는 네르비온 강을 건너는 ‘라 살베 다리(La Salve Bridge)’ 위를 걸으며 천천히 풍경을 담았다.

걸음의 속도에 맞추어 흐르는 시선 덕분에, 풍경은 더욱 깊고 넓게 다가왔다.


이 모든 경험은 혼자였기에 가능했다.

누군가와 일정을 맞추거나 취향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고,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그 자리에 머무를 수 있었다.

그 자유 속에서 나는 미술관을 네 번이나 다른 빛깔로 마주하며 내 마음의 감각이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예순에 떠난 첫 혼자 여행


예순에 떠난 첫 혼자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안의 두려움과 설렘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성숙의 과정이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축과 미술의 상징이었지만,

나에게는 그보다 더 깊은 의미를 주었다.

그곳은 내 안의 나와 다시 연결되는 자리였고, 잊고 있던 용기를 되살려 준 공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