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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달 Sep 13. 2024

귀여움은 세상을 구한다

생각해 보면 모든 게 별일 아닐지도 몰라

국어시간이었다.


지윤이가 발표를 하고 있는데 질문하기 좋아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성준이가 끼어들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 쫌!! 내가 말하고 있잖아!!"


지윤이가 갑자기 큰소리로 짜증을 냈고 교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나는 그 모습이 어쩐지 귀여워서 그만 웃어버렸다.


"그래 지윤이 말이 맞아. 지금 지윤이가 발표하고 있잖아.
지윤이 말을 끝까지 듣고 말해야지."



내가 웃으니 성준이도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는지 멋쩍게 웃고, 지윤이도 수줍어하며 웃는다. 아이들도 그 상황이 웃기는지 같이 웃는다.



발표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그 기회를 냉큼 낚아채니 얼마나 얄미웠겠는가.



매번 발표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은 한정되어 있지만, 그래도 내 차례가 돌아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므로 지윤이는 아까부터 꽤 오랫동안 손을 들고 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와서 차근차근 말하려고 하는데 성준이가 발언권도 얻지 않고 끼어들었으니 화가 날 만도 하다.



성준이에게도 악의가 있었을 리 없다. 그저 그 순간 너무너무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뿐인데 친구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했던 게다.



발언권을 얻지 않고 친구의 발표에 끼어든 성준이에게도, 교실에서 화가 난다고 버럭 소리를 지른 지윤이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 아이들의 마음속에 스쳤을 생각과 감정들을 상상하니 그저 귀여웠다.



"얘들아, 너무 웃겨서 오늘 밤 잠들기 전에 생각날 것 같아."



내가 웃어넘기니 국어시간의 일이 참 별일 아닌 해프닝이 되었다.


나는 아이들을 혼내지 않았지만 아마 앞으로 성준이는 친구들의 발표에 무심코 끼어들지 않도록 더욱 조심할 테고, 지윤이는 교실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 같다. 우리 반의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겠지.



문득  '귀여움은 세상을 구한다'는 옆 반 선생님 말이 떠오른다.

상황과 대상을 귀엽게 바라보는 시선은
많은 일들을 조금 더 말랑하게 넘어갈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아이들 이름은 가명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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